국제
시리아 정부 러시아, 러 공습, 유엔 결의안 위반 논란…"민간인 공격" vs "테러 격퇴"
입력 2016-02-04 08:40  | 수정 2016-02-05 10:02
시리아 정부 러시아/사진=연합뉴스
시리아 정부 러시아, 러 공습, 유엔 결의안 위반 논란…"민간인 공격" vs "테러 격퇴"

시리아 정부군 측과 러시아가 반군의 주요 점령지에 공세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유엔이 주관하는 평화회담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군 측은 3일(현지시간) 시리아 2대 도시인 알레포 외곽의 3년여 동안 반군에 포위된 마을 2곳 탈환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반군의 주요 보급로를 차단한 것으로 러시아가 군사개입한 지난해 9월 이후 정부군 측의 최대 성과로 평가됩니다.

이에 수세에 몰린 반정부 측은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에 민간인이 희생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했다며 회담을 거부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테러조직을 공습한 것이라며 격퇴하기 전까지 공습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혀 평화회담은 상당기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군, 반군 거점 알레포 주요 보급로 차단…반군 측 "협상 비관적"

정부군 측은 알레포 외곽 북서부에서 사흘째 격전을 벌인 끝에 누불과 알자흐라 마을의 반군 포위망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리아 국영 시리안TV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알마나르TV는 이날 오후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이들 시아파 마을을 포위한 반군을 격퇴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군은 이란이 지원한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용병 등과 함께 러시아의 공습 지원 아래 알레포 외곽의 누불과 알자흐라 마을로 사흘째 진격했습니다.

정부군이 장악한 이들 마을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과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등에 3년 동안 포위됐습니다.

그러나 이날 정부군이 알레포 북부와 누불·알자흐라의 점령지를 연결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알누스라 등 반군이 알레포에서 점령한 지역은 터키 국경과 연결된 주요 보급로가 차단돼 전세는 급격히 역전됐습니다.

정부군 측의 반군 보급로 차단 작전은 지난 1일부터 본격화했으며, 반군 활동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사흘 동안 이 전선에 400차례 이상 공습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정부군 측은 지난달부터 북서부 라타키아 주의 라비아, 미스킨 등을 잇따라 탈환하는 등 반군의 공급선인 터키 국경을 잇따라 봉쇄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군은 이날 중부 홈스 지역에 전쟁이 곧 끝나간다며 4일까지 투항하라는 전단을 살포하는 등 중북부의 반군을 수세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군이 장악지역을 넓혀가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평화회담에 참석한 반정부 측 대표단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정부 측 참석자인 바스마 코드마니는 정부군의 알레포 공격은 "끔찍한 전개"라며 정부가 반군에 보내는 메시지는 "협상은 없으니 집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정부 측 최고협상가인 모하메드 알루시는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랑 정부와 러시아를 "범죄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회담의 성공을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알루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수니파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제이시 알이슬람의 지도자입니다.

◇ 러 공습, 평화회담 최대 쟁점…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논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한 평화회담은 러시아의 공습 문제로 이날까지 파행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지난 1일 반정부 측 대표단과 회동한 직후 "공식적으로 회담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정부 측 대표단은 이튿날 "여전히 준비단계"라며 반박했습니다.

정부 측 대표단장인 바샤르 알자파리 주유엔 대사는 2일 미스투라 특사와 만나고서 "우리는 아직 반정부 대표단이 누군지, 의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며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반정부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는 2일 러시아의 알레포 대규모 공습에 반발하며 미스투라 특사와 예정된 회동을 취소했습니다.

HNC는 알레포 공습으로 민간인 16명이 숨졌고, 지난달 시리아에서 사망한 1천382명 가운데 679명이 러시아의 공습에 희생됐다며 러시아와 정부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결의안 2254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HNC는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안보리 결의안 2254호에서 합의한 민간인 공습 중단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포위 해제 등을 요구해왔습니다.

국제인권단체들도 러시아가 집속탄 등 무차별 살상무기를 사용하고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습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일 평화회담이 열리고 있다며 러시아에 반군을 겨냥한 공습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공습 대상은 테러조직이라며 민간인 사망을 인정하지 않고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오만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알누스라전선을 진정으로 격퇴할 때까지 공습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알레포 공습과 관련해 "이 공습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공습은 민간인 희생이라는 점에서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지만 테러조직 공격은 안보리가 결의한 내용입니다.

안보리는 결의안 2254호에서 IS와 알누스라전선을 테러조직으로 명시하고 평화회담의 휴전 협상은 이 테러조직 격퇴에 적용하지 않으며, IS와 알누스라전선의 시리아 점령지를 탈환하는 조항에도 합의했습니다.

따라서 알누스라전선이 점령한 알레포 북부를 러시아가 공습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안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휴전 협상, '제네바 3차 회담'에선 난망…11일 뮌헨 회의 주목

이처럼 양측이 맞서고 있어 이번 '제네바 3차 회담'의 최대 의제인 휴전 협상은 유엔이 정부와 반정부 측 대표단과의 회동을 통해서는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스투라 특사도 지난 1일 "평화회담에서 휴전을 논의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주요국들이 휴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미스투라 특사는 휴전에 합의해도 유엔이 이를 감시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시인했습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29일 미스투라 특사가 작성한 기밀 문건을 입수했다며 유엔의 평화유지군으로는 시리아의 휴전 협상을 감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스투라 특사는 이 문건에서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은 '국제적시리아지원그룹'(ISSG)의 보장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ISSG는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으로 18개월 안에 선거를 치르는 등의 내용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ISSG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터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와 반군을 지원하는 주변국을 포함해 17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ISSG는 오는 12~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안보회의를 계기로 별도로 회동해 '빈회담'과 같은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국제안보회의에 앞서 11일 뮌헨에서 ISSG 회의를 열자고 제안해 이 회의에서 휴전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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