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 이익 2조…현대캐피탈의 당찬 도전
입력 2016-02-01 17:48  | 수정 2016-02-02 00:08
정태영 부회장
국내 캐피털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국내 4대 금융그룹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연 2조원대 해외 이익을 내겠다며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현재 4개인 해외 현지 할부금융사를 단계적으로 9개까지 확대해 수년 내 해외에서만 2조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연간 4000억~5000억원 규모인 해외 이익을 수년 내에 최대 2조원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독일 러시아 인도 브라질 호주에도 현지 할부금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국 중국 캐나다 영국 등 4개 국가에서 현지 할부금융사를 운영 중이다. 해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인사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설립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이 목표로 잡은 2조원 규모 해외 이익은 국내 은행권 연간 해외 이익 1조원보다 두 배나 많은 규모다.
현대캐피탈의 당찬 도전은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약진 덕분만은 아니다. 1989년 미국에 처음 해외 법인을 세운 후 해외에서 꾸준하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쌓으면서 경쟁사들을 뛰어넘는 현지 자금 조달과 상품 개발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지난주 23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처음으로 현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영국법인은 지난해 쟁쟁한 현지 회사보다 할부금이 30% 이상 저렴한 차할부 상품을 선보이면서 현대차 고객이 다시 현대차를 사는 재구매율을 전년 대비 5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에서도 현대·기아차를 구입한 고객 중 현대캐피탈을 이용한 고객 비중을 2008년 14%에서 지난해엔 50%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캐피탈은 2009년 글로벌 위기 때도 해외에서 철수하던 글로벌 경쟁사와 달리 오히려 해외에 현지법인을 추가 설립하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앞세워 해외 사업을 확장했다.
이상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도전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이어받겠다는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의 사풍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시도 자체만으로도 금융업계에 신선한 충격"이라고 밝혔다.
[채수환 기자 /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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