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상 첫 적자 낸 포스코 임원 30% 감축 강수
입력 2016-02-01 17:18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가 임원수를 30% 줄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집권 마지막 해를 맞아 임기가 남아있던 ‘실세 CFO 이영훈 부사장을 자회사로 내려보내고, 구조조정 총책인 최정우 가치경영실장에게 CFO 자리를 얹어주는 파격인사를 내놨다.
포스코는 1일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지난해 3월 정기임원인사 대비 110명이 줄어든 259명 수준으로 임원수를 조정했다. 이와 함께 관리·지원 조직 최소화와 유사 기능간 통폐합을 통해 실·본부단위 조직도 22% 감축한 179개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가치경영실은 가치경영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존 재무투자본부 내 재무실을 가치경영센터에 편입시켜 그룹 경영전략 및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재무투자본부는 기술투자본부로 개편해 R&D기능을 편입시켜‘기술전략-R&D-투자시너지를 높이도록 했다.
주요 승진 인사로는 황은연 부사장(경영인프라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인 장인화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기술투자본부장을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단연 황 신임 사장이다. 황 사장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핵심업무(홍보·대관)을 맡다가, 권 회장 취임과 함께 계열사(포스코에너지)로 밀려난 후, 지난해 7월 화려하게 복귀했다. 황 사장은 복귀 반년 만에, 등기이사진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실세로 등극했다. 황 사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따거(大哥, 큰형), 밖에서는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이다. 회사 내부에선 강력한 카리스마를 토대로 선 굵은 업무처리를 하면서 위기 상황을 극복해낼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외업무에 약한 포스코 기업문화에 비춰봤을 때, 황 사장의 정치·재계·언론을 아우르는 탄탄한 네트워크는 비교 불가능한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민영화가 됐음에도 직간접적으로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포스코 입장에선, 정권 후반기와 권 회장의 임기 마지막해를 맞아 복잡미묘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질 인물로 황 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인사로는 포스코건설 사장에 한찬건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이, 포스코켐텍 사장에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이 내정됐다. 또한 SNNC 사장에는 김홍수 포스코 철강기획실장(전무), RIST원장에는 박성호 포스코 기술연구원장(부사장),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에는 우종수 RIST원장이 각각 내정됐다.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내정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입사이래 다양한 글로벌 경험 및 경영역량 등을 인정 받아왔으며, 포스코건설의 글로벌 영업력 강화를 위한 혁신적 발탁 인사로 평가 받고 있다.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인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 내정자는 향후 이차전지 음극재 등 그룹 신성장 동력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사장은 그간 포스코에서 재무, 임원인사(비서실), 원료구매, 대외투자, 사회공헌 등의 굵직한 업무를 총괄해왔다. 이 부사장은 포스코 곳간을 책임지는 재무최고책임자(CFO) 역할을 맡으면서 포스코플랜텍·포스하이알 등 부실계열사 정리와 포스코 그룹의 비용 구조를 슬림화하는 구조조정 작업에 매진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난해 포스코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데다, 계열사 구조조정과 혁신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CFO로서 대의적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는 통상 3월 정기주총에 맞춰 임원인사를 단행해왔으나 지난해부터 전년도 성과를 바탕으로 한 조기 인사로 업무 효율성 및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초로 앞당겨 시행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를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권 회장은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동안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구조조정과 기업혁신을 통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년보다 빠르게 임원인사를 마무리 지은 것도 인사를 앞두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다.
권 회장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포스코를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혁신작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측근들에게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임명 단계부터 정치권에 큰 부채가 없던 만큼 정무적 역할보다는 CEO로서의 회사 내부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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