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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검사외전`, 강동원에게 빚지고 또 빚졌다
입력 2016-02-01 13:5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강동원이 사기꾼이다. "헤이 브로~!(Hey Bro)"라며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과하게' 구사하고, 민망할 정도의 막춤까지 선보인다. 큰 키로 껄렁대는 모습이 허당 같지만 나름대로 멋진 이 사기꾼은 잘생긴 얼굴로 여자들을 건드리기(영화 표현대로는 '후리고 다니기') 일쑤다.
망가진 모습으로 나오니 (강동원은 '망가졌다'는 표현을 싫어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망가진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였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를 그 역할로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더 친근해 보인다.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속 모습은 흥행한 전작 영화 '검은 사제들'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캐릭터와 가깝다. 멋진 그의 모습이 보고 싶은 이들은 아쉬울 법한 캐릭터지만 새로운 모습이 '검사외전'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강동원이 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외전'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사기꾼 캐릭터 치원 역의 강동원을 조정하는 황정민은 아쉽기만 하다.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에서 보여준 그의 매력들이 반감된 느낌이다.

취조 중이던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15년형을 살게 된 전직 검사 재욱(황정민)은 치원과 합작해 복수를 꾸미지만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황정민은 후반부 법정신에서 많은 걸 쏟아낸 듯하지만 이 부분만으로 황정민의 매력이 온전히 발하진 않는다.
재욱의 모든 설계도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치밀한 전개와는 다르다. 인위적이라서 긴장감도 없고 흥미도 떨어지게 한다. 치원이 실수라도 해서 재미를 주는 의외성이라도 바라지만, 영화에서 그런 재미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성민이 재욱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검사 출신 국회의원 예비 후보를 맡아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악역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캐릭터들도 매력이 그다지 없어 보인다. 박성웅이 공명심이 강하지만 존재감을 전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 이들을 한데 모았으나 짜임새 있게 구현하지 못한 점은 단점이다.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같은 재미도 찾을 순 없다. 두 영화는 주인공에 몰입돼 관객의 정의감에 소구했는데 '검사외전'은 그렇지 않다. '버디 무비'라고도 홍보하는데 두 사람의 우정이 그리 살갑게 그려지지도 않았다. 강동원의 코믹한 모습이 웃음을 주고, 황정민이 마지막 법정신에서 선보이는 연극 같은 긴 대사가 몰입감을 높이는 정도다. 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그리 발휘되지는 못한 인상을 남긴다. 126분. 15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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