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기농 채소기업, 강남사모님 눈에 들었다
입력 2016-01-31 17:54  | 수정 2016-01-31 20:51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과 AJ캐피탈파트너스(옛 AJ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2일 국내 첨단온실 1위 업체 그린플러스에 투자하는 '마이다스AJ신기술사업투자조합(사모)'을 설립했다. 총 70억원 규모인 투자조합에는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 일대 고액 자산가 20여 명이 몰렸다. 고액 자산가들의 출자 규모는 전체 자산 중 80%(약 55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을 판매한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강남 고객들에게 상품을 소개한 지 단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다"며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매일 고객을 쫓아다니며 설득해도 농업 관련 기업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몇 년 전과는 천양지차다.
돈 되는 산업이나 상품을 발굴하는 데 촉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고액 자산가들이 유기농 채소 등 '건강 관련 먹거리' 산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령화시대에 중·노년층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먹방(먹거리 방송)' 히트로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향후 건강 관련 첨단 농수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요즘 증권시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독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에 투자를 받은 그린플러스는 1997년 알루미늄 부품 사업으로 출발해 2000년대 초 첨단온실 사업에 진출했다. 첨단온실은 과거 비닐하우스 농법에 온습도자동조절장치, 자동 물 분무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신개념 농법이다. 기후변화나 가격 변동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기농 채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온실을 활용한 양식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린플러스의 실적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3년 30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1년 새 378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500억원, 영업이익 43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먹거리 기업 투자는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소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투자 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은 만나씨이에이에 100억원(지분 33% 매입)을 투자했다. 만나씨이에이는 카이스트 출신의 박아론, 전태병 공동대표가 2013년 3월 설립한 회사로 수경재배 방식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농장 자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노지재배보다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소기업 창투사인 DSC인베스트먼트가 만나씨이에이에 1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에 고액 자산가들이 참여했고 그중에는 사업가로 성공한 유명 연예인도 포함돼 있다.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최근 들어 농업에 뛰어드는 젊은 인재가 많다"며 "유망 기업을 찾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간판급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초 농업펀드를 조성해 미래원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원은 새싹채소 어린잎채소 파프리카 등 특수 채소를 주로 재배하는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샐러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외식 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G마켓 등 오픈마켓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먹거리 산업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1인 영세업자가 대부분인 산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골라 기업형으로 키우면 충분히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후 회사 규모가 커지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은 유기농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갈수록 핵가족화하고 있어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신선편의식품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업 기업 투자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농림수산식품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010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를 출범했다. 모태펀드에 민간 자본을 더해 유망 기업에 투자하며 주로 중소형 벤처캐피털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결성한 자(子)펀드 규모는 총 6500억원에 이른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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