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를 집어 삼킨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전 아프리카대륙을 죽음의 땅으로 몰아갔던 에볼라보다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반면 일부과학자들은 브라질 등 일부 지역 오진사례로 감염숫자가 과장됐다”며 지나친 공포 확산을 경계하고 나서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황판단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AF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국립보건연구소 발표를 인용, 콜롬비아내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 숫자가 2000명선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전염병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사례가 총 2만297건에 달하며 그중 3분의 2 가까운 63.6%가 여성이었다. 이중 임신한 여성은 2116명이었다.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중남미 22개국에서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은 아직 청정지역에 포함돼 있었지만 단 며칠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각 5명, 3명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새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을 나갔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확산속도가 엄청난 탓에 중남미와 같이 열대기후를 공유하는 국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모기 매개 전염병에 취약한 동남아시아는 바이러스 진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지난달 31일 모든 의료기관에 지카바이러스 경보를 내리고, 임신부에게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가급적 여행하지 말라는 권고 조치를 취했다. 베트남·태국·싱가포르 정부도 공항과 항만 등 출입국 지역 모니터링을 일제히 강화했다. 이들 국가와 인접한 중국에서도 전문가회의를 열고 각 지역 질병통제센터 의사들에게 바이러스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일각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했던 에볼라바이러스보다 세계 보건에 더 큰 위협이 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카바이러스 위험성을 에볼라에 견준 영국 보건위생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30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증상 자체가 치명적이진 않아도, 임신부와 신생아라는 지극히 취약한 집단에 끔찍한 영향을 미쳐 더 큰 절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감염자 중 상당수가 별다른 증상을 못 느껴 어물쩍 넘어가는 탓에 감염범위 추적도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이후 150만명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진앙지 브라질은 카니발과 하계 올림픽 같은 세계적 행사를 앞두고 있어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수백만명 인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올림픽 전까지 지카바이러스 유행을 진정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포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방역요원들이 모든 공공건물은 물론 민간 시설물에 합법적으로 들어가 모기 박멸 작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개인 사생활보다 모기 박멸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모기 박멸 작업에 동원되는 군 인원을 전체 군병력 가운데 60% 수준인 22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파속도가 엄청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부 영국 전문가들은 맹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DDT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러미 파라 웰컴트러스트 대표는 DDT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지카바이러스가 신생아에게 미치는 끔찍한 영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DDT 사용을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유전자 조작 같은 최신 수단을 꺼내들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기 번식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모기를 만들어 푸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DDT만큼이나 자연 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일각에서는 ‘지카 공포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바이러스 유행과 소두증 폭증이 시기상 일치하는 것만으로 이 둘을 무작정 연결짓는 건 비과학적이라는 설명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소개한 중남미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최근 브라질에서 소두증 의심사례가 급증한 이유는 오진 때문”이라며 브라질에서 급증한 소두증 의심사례 숫자가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월부터 4000건이 넘는 소두증 의심사례가 보고됐는데, 보건당국 정밀 조사 결과 이 중 270건만이 실제 소두증으로 판명됐다.
[이영욱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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