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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타선 명운 90-에반스가 쥐었다
입력 2016-01-31 07:16  | 수정 2016-01-31 07:21
두산의 90년생 라인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 시즌에도 두산 타선의 명운을 쥐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 타선의 명운은 90과 닉 에반스가 쥐고 있다.
두산은 2016시즌 타선에서 중요한 도전에 직면한다. 바로 지난 10시즌 동안 팀 타선을 이끌었던 리더 김현수 없는 전진이다. 김현수는 두산 타선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사실 대체불가능했던 수준이었다. 4769타석에 들어서 1445안타 154홈런 771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3할1푼8리 출루율 4할6리 장타율은 4할8푼8리 통산 OPS(출루율+장타율)은 8할9푼5리다.
김현수의 통산 기록은 과거 위대한 슬러거들과 비교하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세부적인 세이버메트릭션들의 통계를 적용하면 그 가치가 확연히 달라진 ‘위대한 기록이 된다. (자료참고:스탯티즈)
득점 생산을 나타내는 지표인 RC(Runs Created)를 변형한 wRC(weighted Runs Created)라는 지표가 있다. 어느 구장에서 점수가 많이 나는 지를 나타내는 파크펙터(Park Factors)와 리그 평균타자의 가중 출루율을 등을 고려한 수치다. 조정 OPS와 마찬가지로 리그 평균 타자의 wRC+를 100으로 상정하여 해당 타자의 전반적인 위치를 살펴볼 수 있다.
해당 wRC+에서 김현수는 146.6으로 역대 선수 중 14위에 올라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선 김태균이 4위, 이승엽이 5위로 김현수보다 높은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박병호 13위). 나머지는 모두 은퇴선수들이다. 이는 두산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동주(11위)의 151.4와 비교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김현수는 홈런을 많이 치는 ‘슬러거로는 두드러진 기록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의 타자로 차지했던 득점 생산력의 비중은 ‘김동주에 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이런 엄청난 공백을 메울 몫은 90년생 라인과 에반스에게 넘어왔다. 김현수의 공백은 결국 박건우와 에반스가 메우게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현수의 공백은 박건우가 지난해 보여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선 그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박건우를 1순위 후보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외인 선수의 경우에도 외야수비도 시켜보려고 한다. 군 제대 선수들도 외야수를 시켜보면서 경쟁 체제로 만들 계획이다”라며 (기존에 1루수를 봤던) 김재환도 외야 훈련을 시켜 볼 계획이다. 박건우 선수가 가장 많이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1순위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주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990년생인 박건우는 지난해 70경기서 175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4푼2리 54안타 31득점 5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두산 야수진의 최고의 기대주임을 증명했다. 타격 재능에서만큼은 단연 두산은 물론 10개 구단의 젊은 선수들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박건우는 이제 겨우 통산 272타석을 소화한 선수다. 지난해가 프로에서 가장 많은 타석과 경기를 소화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군제대 선수와 1루수 김재환의 외야수 전환 등으로 경쟁 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박건우가 최상의 후보군이자 최적의 후보다. 박건우가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따라 사실상 두산의 공격력 증감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에반스는 보다 그 책임감이 크다. 지난해 두산은 외인 타자 덕을 보지 못했다. 잭 루츠는 태업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즌 초 짐을 쌌고, 데이빈슨 로메로는 인성만 훌륭했을 뿐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현수가 빠진 중심타선 공백은 결국 에반스가 채워야 하는 셈이다.
닉 에반스는 김현수가 빠진 중심타선을 메울 보다 큰 책임감이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에반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17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7리(408타수 105안타) 10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애리조나 소속으로 트리플A에서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에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94타점은 트리플A 전체 4위의 기록이다. 가장 최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 것은 2014년. 애리조나에서 18경기를 뛰었고, 그 이전은 2010년이었다. 반면 마이너리그에선 1061경기서 통산 2할8푼3리 156홈런 640타점을 기록하며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타격 능력에서만큼은 트리플 A레벨에서 정점에 올라있던 선수. 리그를 옮겨 한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따라 두산 타선의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두산이 1루수 자리에서 고민이 오랫동안 많았다는 점에서 에반스가 1루를 책임지면서 공-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매우 중요하다.
박건우와 에반스는 타선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에반스는 미국에서 뛴 대부분의 경기서 주로 1루수(762경기)를 소화했지만 3루수(139경기), 좌익수(183경기)로도 출전했다. 우익수로도 30경기를 소화한 경험이 있다. 경우에 따라 박건우가 부진하거나 상대에 따라 에반스가 좌익수로 나서는 그림도 고려할 수 있다. 두산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에반스가 1루수-박건우가 좌익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다. 좌익수와 1루수를 제외한 두산의 모든 포지션은 이미 경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수들로 채워져 있는데 3루수는 다르다. 바로 지난해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떠오른 허경민이 풀타임을 소화해야 한다. 2009년 두산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허경민은 주로 백업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다 지난해 타율 3할1푼7리 128안타 64득점 1홈런 41타점으로 화려한 꽃을 피웠다. 역시 포스트시즌에서도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허경민의 경우는 박건우보다 경험에서는 더 낫지만 역시 아직 풀타임을 치른 경험이 지난해 밖에 없다. 변수가 가장 클 수 있는 자리다. 상위타순에 들어설 허경민의 공격력 역시 올시즌 두산에 매우 중요한 요소. 허경민이 사실상의 풀타임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내고 지난해와 같은 공격력을 보여주거나 혹은 더 성장한다면 두산은 핫코너의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90년생 주전 멤버 중에서 정수빈은 이미 커리어가 어느정도 증명된 선수. 최근 수년간의 활약을 통해 보여줬다. 이에 비해 박건우-허경민-에반스의 공통점은 아직 변수가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또 두산 타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이들이란 것. 이들이 살아야 올 시즌 두산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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