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어닝시즌을 맞아 속속 실적을 내놓고 있다. 29일 현재 10곳의 증권사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체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증권업종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다만 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증시의 폭락장에 따라 올 1분기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시장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10곳의 증권사가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부 회사는 적자를 기록한 반면 전년 대비 두배 이상의 이익을 낸 증권사도 있어 희비가 엇갈린다.
눈에 띄는 점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이다. 특히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8.2% 증가한 68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률이 12%를 웃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교보증권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6일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6.4% 늘어난 9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65.2% 늘어난 789억2991만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기업금융(IB)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노력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금융(SF) 등 새로운 수익원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반면 동부증권은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4.4% 감소한 119억원을 기록한 데다 당기순손실은 9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형사들 역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대우증권을 합병해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날 예정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1481억원, 당기순이익은 6.6% 감소한 17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큰 폭의 실적 증가세를 나타냈음에도 업계에서는 기존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삼성증권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18억원을 기록해 추정치였던 595억원을 크게 밑돌았다”면서 이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 축소와 상품 운용 이익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다소 선방했지만 문제는 올 1분기다. 연초부터 중국, 홍콩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해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어 ‘1분기 비관론은 더욱 우세해지고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홍콩증시가 하락함에 따라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바 있다”면서 ELS 손실에 따른 증권사의 수익성 영향은 조기상환 지연·발행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 자체 헤지에 따른 비용 증가, 신뢰도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판매 부진 등”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ELS관련 이익이 증권사들의 적지 않은 수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 상황에 따른 수익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장세를 지속하면서 증권사들의 거래수수료 수익성 악화도 지속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증권업종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코스피를 14.7%p 밑도는 흐름을 보였다”며 당분간은 부진한 수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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