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년 연속 매출 200조원대를 달성했지만 5분기 연속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그동안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던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가격하락과 수요 부진에 발목이 잡히면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를 TV와 가전이 채우면서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3조3154억원, 영업이익 6조14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1%, 16.15% 증가한 수치다. 전분기보다 매출은 3.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92% 줄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고전하던 CE 부문이다. CE 부문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3조8500억원, 영업이익은 82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3600억원의 2.3배, 2014년 4분기 1800억원의 4.5배 수준이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주력인 TV 사업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도 힘을 보탰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프로모션으로 UHD TV,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생활가전도 수퍼프리미엄 가전 ‘셰프컬렉션 냉장고, 혁신 제품으로 꼽히는 ‘액티브워시 세탁기 등의 판매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늘었다.
올해는 브라질 올림픽과 유로 2016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TV 수요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기존 SUHD TV를 업그레이드한 신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초대형·커브드 TV 등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생활가전도 패밀리허브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 등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스템에어컨 등 B2B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3분기 깜짝 실적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반도체는 부진을 보였다. 반도체는 지난해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3조66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분기 기준으로 2010년 3분기(3조4200억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4분기에는 매출 13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에 그쳤다.
메모리 시장은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모바일용 제품의 수요는 늘었다. 그러나 PC 수요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급까지 겹쳐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시스템LSI 사업도 SoC(시스템온칩) 제품 등의 성수기 효과는 둔화했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 14나노 제품 공급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에 대해 IT업계의 성장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한 대외 요인이 있지만 고용량 제품 수요 확대와 응용처별 탑재량 증가가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3분기 ‘깜짝실적을 냈던 디스플레이도 수익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4분기 매출은 6조5300억원,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그쳤다. 매출 7조4900억원, 영업이익 9300억원을 기록했던 3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1조원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OLED 패널의 판매량은 늘었지만 LCD 대형 패널의 판매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LCD 시장 역시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겹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LCD 원가 개선과 재고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OLED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기술 향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이 포함된 IM 부문의 4분기 매출은 25조원,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2조7400억원, 2분기 2조7600억원, 3분기 2조4000억원 등으로 지난해 연간이익은 10조1400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4조4200억원 감소한 것으로 3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줄었다.
4분기 매출 감소는 전반적인 시장 수요 감소,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비중 증가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성수기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다만 태블릿은 갤럭시 A와 탭S2 등의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과 매출 모두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은 한자릿수 성장이 전망되는 등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계절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수요가 전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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