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노른자위 땅 매각 `표류`
입력 2016-01-27 17:13  | 수정 2016-01-27 19:58
위쪽부터 상암동 DMC랜드마크가 들어설 땅,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용지를 개발하는 파이시티 사업지. [매경DB]
땅값만 감정가 기준 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노른자 땅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상암동 DMC 랜드마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양재동 파이시티 용지 등 최근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줄줄이 매각에 실패했다.
26일 실시된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 매각에서는 입찰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유찰됐다.
매각 용지는 DMC 랜드마크 2필지인 F1(3만777㎡)과 F2(6485㎡) 총 3만7262㎡ 규모로 감정평가액은 4341억원이다. DMC 랜드마크 용지에 관심을 보였던 뤼디그룹 등에 따르면 용지 인수 비용을 포함해 총 3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외에도 5년간 팔 수 없는 전매제한, 교통개선대책 등 매수 조건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경영 여건 등에 따라 매각 여부를 결정하고, 만약 팔게 되면 세금을 내도록 하면 되는데 무조건 팔지 말라는 것은 독소 조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 후 5년 정도 지나야 건물이 자리를 잡고, 국내 정서상 사업자가 개발하고 바로 떠나면 먹튀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직접 교통개선대책을 제안하는 조건 역시 롯데월드타워에 비춰볼 때 결국 교통분담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어 표현만 바뀌었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같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상암동 DMC 랜드마크 용지 외에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과 양재동 파이시티 용지 매각도 공회전을 거듭 중이다.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용지는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 공개매각에서 모두 유찰됐다.
토지 2개 필지 3만1543.9㎡와 건물 9개동(전체 면적 2만7743㎡) 규모로 감정가는 9725억원에 달한다. 삼성동이라는 입지 때문에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과 함께 용지 절반 이상을 업무시설(오피스텔 제외), 관광숙박시설, 문화·집회시설 등 마이스(MICE) 관련 시설로 채워야 하는 등 개발 조건이 부담이다.
이르면 오는 6월 '삼수(三修)'에 도전하기 위해 시는 분할 매각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사업자가 매입하기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땅값이 부담스러운 만큼 2~3개로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코엑스·한국전력 용지와 함께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매각에 속도를 내야 개발 시너지 효과가 커서 시가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다만 분할하면 땅값 자체는 내려가더라도 세로로 길게 배치된 땅 모양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매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두 번 유찰되면 최초 가격에서 최대 20%까지 땅값을 낮출 수 있지만 시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대신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마이스 비중과 현재 330%인 용적률 상향 등 조건을 완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마곡 특별계획구역 용지 매각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사업은 아니지만 파이시티 사업 용지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도 최근 공매에 실패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시티 용지는 약 9만6000㎡로 토지 비용 4500억원과 함께 인수자가 사업시행을 위해서는 새로 서울시에서 인허가권을 획득하기까지 1~2년을 더 기다려야 해 인허가 위험도 걸림돌로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형 프로젝트는 단순 개발이 아니라 고용 유발 사업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민간 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개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며 "서울시가 민간사업자 눈높이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사업자도 금융기관과 시행사, 시공사가 경기 침체 등에 대비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어 사업을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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