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려 22조원’ 이란의 바잉파워, 이탈리아도 뒤흔들었다
입력 2016-01-27 16:48 

지난 2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의 비너스상을 천으로 덮어버렸다.
이란 대통령으로 17년만에 유럽을 찾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위한 배려였다. 누드를 금기시한 이슬람을 고려해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비너스상을 덮어버린 것은 물론 이날 공식 환영 만찬에서도 술을 모두 빼버렸다. 이날 정상회담과 공식 만찬은 세밀한 부분까지 렌치 총리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렌치 총리가 이처럼 로하니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경제 제제 해제로 인해 열리는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에 화답하듯 로하니 대통령은 22조원의 돈 보따리를 풀어놨다. 이탈리아 송유관업체 사이펨이 6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 냈고, 이탈리아 철강업체 다니엘리도 7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전 세계가 이란을 향해 뛰고 있다. 정상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마치 속도전이라도 하듯이 각국 정상들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란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2~24일 이란을 이미 방문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상반기내 방문 예정이다.
정상들까지 달려들고 있는 것은 성장과 소비 시장으로서 이란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경제규모(GDP 기준)는 4041억달러(2014년) 수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7525억달러)에 이어 중동 2위의 경제대국이다.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와 4위에 달하는 자원부국이다.
그동안 이란 경제는 경제제재에 발목을 붙잡힌 상태였다. 실제로 경제제재가 본격화된 후에 2012년과 2013년 각각 -6.6%. -1.9% 쪼그라들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묶인 이란의 동결 자산은 100조원에 달한다.
한국과의 교역규모도 경제제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연 평균 8%가 넘는 성장을 이어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대이란 수출규모는 2000년 이후 연 평균 8.2%씩 성장하며 2014년 대이란 수출규모는 62억 57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이 본격적으로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급감했다.
각국은 경제 제재 완화와 함께 중동의 경제 맹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7745만명의 인구 중 70%가 30세 이하로 생산가능인구(5303만명)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추가적인 것은 확정되면 알려드리겠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방문 시기는 4월에서 6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왔던 사안”이라며 이란 방문과 그에 따른 영향에 관해 (정부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장금과 주몽 등의 드라마를 통해 한류 바람이 있는데다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은 이란 시장에 공을 들여왔기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란을 찾는 것이 된다.
민간에서는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 선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상사들이이다. GS글로벌은 2006년 철수한 이란 지사를 작년 핵협상 타결 직후부터 재설립을 검토해 이달 10일 다시 문을 열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SK네트웍스, 현대종합상사도 주재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제재 기간 중에도 이란과의 끈을 놓지 않았던 건설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현지 파견 등을 늘리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건설 등은 주재원을 늘리거나 지사장(임원급) 파견 비율을 높이고 있다. SK건설은 연내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업체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테헤란 의과대학 종합병원 건립 등 이란 의료시장에 한국이 진출하는 방안 역시 추진된다. 테헤란에 심혈관병원을 건설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에 연 160만t 규모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 건설 계획을 다음달 확정할 계획이다. 포스코 독자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이 적용될 차바하르 제철소 건설에는 약 16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IBK기업은행은 서울 본점에 ‘이란 수출입 상담·지원 창구를 설치해 안내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란 관련 문의가 급증해 오는 2월 16일 본점 대강당에서 ‘대이란 교역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 역시 이란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27일 이란의 주요 수출파트너사, 유통망, 법규정과 인증문제 등 중소기업의 수출방안에 대해 최대한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욱 기자 / 문수인 기자 / 진영태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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