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재동 인근에서 최근 택시를 탄 이 모씨(31)는 엔진 소리가 갑자기 ‘위잉하면서 미끄러지듯이 조용히 나아가자 깜짝 놀랐다. 차량 계기판에 친환경을 뜻하는 나뭇잎이 펄럭거리고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도는 느낌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시범택시로 선정다는 택시기사 A씨(55)는 환경보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전기차 시범사업자 신청을 했다”며 충전 소요시간이 길고 충전시설이 부족한 것은 문제지만 앞으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친환경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 등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대기오염물질이나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적고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당장 정부는 올해 2014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풀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902억원, 거의 2배 가까이 증액된 예산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올해 전기차 8000대, 하이브리드차 3만4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3000대, 수소차 71대 등 총 4만1471대의 친환경차 보급을 지원하고, 충전시설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8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차량보다 친환경 차량 가격이 비싼 현실에서 차량 수요자 입장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보조금 혜택이 어느정도까지 주어지느냐다. 현재 보조금 규모는 전기차가 12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올해부터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지원금도 신설돼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감면은 기본적으로 270만원~400만원씩 주어지고 전기차의 경우 국비 1200만원 외에 추가로 지자체별로 지방비로 300만~800만원 수준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한 예로 ‘쏘울은 내연기관 차가 2100만원인 반면 같은 모델의 전기차는 4420만원으로 2320만원이 더 비싸다. 하지만 400만원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나면 1920만원이 비싼 셈인데 국비 1200만원을 지원받으면 720만원이 더 비싼 셈이고 이마저 지방비 지원을 받아 추가 감면이 가능하다.
지방비 보조금이 8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순천시의 경우 오히려 내연기관 차보다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3963대로 가장 많은 전기차를 공모하는 제주도는 국비 1200만원, 지방비 700만원 총 1900만원의 보조금을 차량마다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은 공모대수가 510대, 지방비 보조금 500만원, 대구는 199대 600만원, 부산은 100대 500만원 등 순이다.전기차를 사려면 지자체 보급 공고에 따라 구매신청서를 제출해 선착순 또는 추첨의 방법을 거쳐 충전기와 함께 차량을 인도받게 된다. 정부는 집 부근 등에 설치할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도 지원한다. 특히 서울, 창원, 제주, 대구 등 8개 지자체에서는 완속충전기 대신 사용이 편리한 이동형 충전기를 보급받고 전기차를 구매할 수도 있다. 지원대상은 레이(RAY), SM3, 스파크(SPARK), i3, 쏘울(SOUL), 리프(LEAF), 아이오닉, 라보 피스(Peace, 전기화물차) 8종이다.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일반차를 구입하듯이 대금을 지급하고, 추후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보조금이 지급된다. 하이브리드차는 3만400대에 보조금 100만원, 270만원의 세금감경 혜택이 제공되는데 이산화탄소 97g/㎞를 초과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만이 대상이다. 지원대상은 소나타 2.0, K5 2.0, 아이오닉 1.6, 프리우스 1.8, 렉서스 CT200h 1.8 5종으로 올해 1월 출시된 친환경차 전용모델인 현대 아이오닉과 함께 올해 추가로 출시될 친환경차 전용모델인 기아 니로도 보급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3,000대에 차량 보조금 500만원과 270만원의 세금감경 혜택이 신규로 부여된다. 지원대상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50g/㎞ 이하이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 이상인 2000㏄이하 차량이다. 현재 지원대상은 쏘나타 2.0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1종이지만, 올해 기아 K5와 현대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추가될 전망이다. 수소차는 지자체, 공공기관, 법인을 대상으로 71대에 한해 구매 보조금을 2750만원 지원한다. 수소차는 아직 충전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법인을 대상으로 우선 판매하지만 개인 수요자도 신청시 구매가 가능하다. 환경부는 수소차도 전기차와 동일하게 세금감경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두 업무보고 후속 조치와 관련해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올해 전력공기업이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6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우선 한국전력이 2조원 규모의 전력신산업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1조원을 마련하고 내년에 1조원을 추가로 출자한다. 이 펀드 자금은 혁신기술 기업 창업·육성,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해외진출 협업 프로젝트 등에 지원된다. 3월까지 운영기본계획을 마련하고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학교 옥상 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
스마트계량기(AMI) 보급 사업에는 2500억원이 투입된다. AMI 시스템을 활용하면 원격으로 검침하고 누출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올해 200만호에 보급할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는 올해 1800억원을 배정하는 등 내년까지 총 6250억원을 지원한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이번 후속 조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기업이 펀드를 활용해 사업을 키우면서 확대되는 시장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