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호실적을 내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일부 중대형 증권사에서는 적자를 낸 곳도 있어 실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교보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6%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4년 4분기 7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 4분기 200억원이 넘는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280억원의 흑자를 냈던 3분기보다는 22.4% 감소했다. 교보증권은 호실적에 힘입어 이날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세를 보였다.
교보증권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SF(구조화금융) 부문 등 주요영업부서의 수익 성장과 금리인하로 인해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HMC투자증권도 비교적 호실적을 기록했다. HMC투자증권은 4분기에 7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분기 대비로는 61.7% 감소한 금액이지만 30억원이 채 안 됐던 지난 2014년 4분기보다는 157.4%나 증가한 금액이다. 연간 누적 영업이익은 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8.2%나 늘었다.
소형사 중에서는 유화증권의 실적에 단연 돋보인다. 유화증권은 지난 4분기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연간 전체 영업이익 106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872%나 흑자 규모가 커졌다.
실적이 좋은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과 동부증권은 적자를 냈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722억원, 2분기 642억원, 3분기 238억원으로 내리막을 타다 4분기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500억원 수준의 흑자를 예상했지만 실제 발표치는 이를 크게 밑돌았다.
증권가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2분기에 나홀로 적자를 냈던 동부증권은 4분기에도 또 적자를 기록했다. 동부증권은 지난해 4분기 9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3분기까지 215억원이던 누적 영업이익이 연간 1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당기순이익은 -98억원으로, 지난 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유일한 상장 증권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중형사로 분류되는 동부증권의 적자 전환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상반기 수준의 호황은 힘들지만 지난 수년간의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의 4분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증시 악화로 거래대금도 3분기보다 15% 가량 줄어들었고 ELS 시장도 크게 위축된 점이 꼽힌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실적을 내놓을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은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할 것”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상품운용이익의 감소로, 금리 하락이 멈추면서 채권 운용이익이 줄고 ELS·DLS의 발행과 상환이 크게 위축되면서 판매수익도 감소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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