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혼 앞둔 30대男, 이곳서 명품 시계를 절반 가격에…
입력 2016-01-27 15:50 

#직장인 정진모(36·가명) 씨는 결혼을 앞두고 예물 준비에 한창이다. 배우자가 될 사람과 반지는 새것으로 맞춰 끼되 시계는 중고로 마련하기로 했다. 실속을 차리기 위해서다. 정씨는 백화점에서 500만원 상당에 팔리는 까르띠에 시계를 전당포에서 절반 가격에 구입했다. 정씨가 산 까르띠에 시계에 난 흠집은 폴리싱을 거쳐 새것과 진배없다.
불황에도 명품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기세다. 경기침체에 명품 소비가 줄었다고는 하나 결혼식이나 기념일을 맞아 주고 받는 선물로 명품이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압구정 일대 밀집한 일명 ‘명품 전당포로 불리는 곳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강남에 자리잡은 한 전당포는 찾아가는 명품 출장감정에서 더 나아가 오는 3월중 동산감정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불황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데다 중고명품 감정에 대한 전화문의가 하루에도 수십통 빗발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중고명품을 좀 더 쉽고 빠르고 수수료 없이 현금화하기 위해 필웨이 같은 중고명품 직거래 사이트도 2월중 개설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버버리,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2만여점이 넘는 중고명품 직거래 시장이 열린다. 지난 23일에는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투자자 초정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27일 명품 대출이 늘고 있다”며 불황 탓인지 담보로 맡긴 물건을 찾아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중고명품 직거래 사이트까지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고명품은 금새 팔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남 대로변에 있는 한 전당포에서는 고객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고객과 상담 중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고명품 구입이나 대출관련 문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사무실 한 켠에서는 담보로 맡겨진 중고명품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실 넘어로 보이는 명품들은 하나같이 새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이 업체 사장은 사업 호황에 가족 명의로 분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불황에 전당포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금리가 낮고 대출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체 대비 금리 경쟁력이 있고 담보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전당포 대출 이자율은 연 24% 수준으로 대부업체(연 34.9%) 대비 10%포인트나 낮다. 또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컴퓨터, 시계 등 보석류, 술, 카메라, 공작기계 등 담보가치가 있는 물건은 대부분 가리지 않고 취급한다.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전당포 호황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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