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세기 영화 거장들의 작품 온다
입력 2016-01-27 15:24 
베르톨루치

고전이 가진 힘은 뭘까. 시대를 초월한 울림 아닐까. 세월의 물결 속에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후대에 깊은 영향을 주는 것. 물론 영상 예술인 영화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영화사(史)는 뤼미에르 형제의 1895년작(作) ‘기차의 도착을 최초의 영화로 기록한다.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영화가 탄생했지만, 고전의 반열에 올라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소수 몇 편에 불과하다.
마침 올 상반기 전세계 거장 감독 네 명의 영화가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1941~)의 ‘순응자(1971)를 시작으로, 비토리오 데시카(1901~1974), 프랑소와 트뤼포(1932~1984),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1941~1996) 감독의 여섯 작품이 차례로 준비돼 있다. 이중 세 편은 국내 개봉이 처음이다. 영화사 백두대간 관계자는 메시지 없이 볼거리와 자극성에만 집중하는 요즘 영화 사이에서 ‘진짜 영화, ‘참 영화, ‘영화다운 영화를 다시금 선보이고 싶어 수입·배급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400번의 구타(1959), ‘쥴 앤 짐(1961)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며 , 마지막은 영화를 직접 찍는 것이다.”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1950년대 말 프랑스 영화계의 새 물결인 누벨바그 를 거론할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할 인물이다. 거장 장 뤽 고다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인물로 평가되는 그는 장편 데뷔작 ‘400번의 구타로 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할 당시 불과 만 26세였다. 영화는 부모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십대 소년의 반항을 그린 성장기로, 4월 국내 최초 개봉한다.
트뤼포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쥴 앤 짐은 영화가 기록 예술임을 명징히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피사체의 움직임뿐 아니라 시각적인 형태와 소리까지 빈틈없이 기록한다. 영화는 1912년 파리가 배경이다. 인생과 문학을 논하며 우정을 쌓아가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삶과 사랑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누벨바그 운동의 선봉장이던 트뤼포 감독의 혁신 기법이 다채롭게 활용된 영화로 일컬어진다.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1991), ‘삼색 시리즈
‘실존주의자, 그리고 모랄리스트 1941년 폴란드 출신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유럽 대표 감독인 그는 언제나 관찰자의 시선에서 사물을 정확히 분석하고 음향과 최적의 조화를 이뤄낸다고 상찬받았다. 각 인물 심리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사회적 리얼리티를 극대화함으로써 세계 영화제에 두루 이름을 알렸는데, 특히 구약 십계명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십계(1988)로 유럽 전역에 화제를 일으켰다.
6월 개봉하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그가 1991년 파리와 바르샤바를 오가며 촬영한 작품이다. 그 해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함께 스위스 출신 여배우 이렌느 야코브에게 여우 주연상을 안겼다. 한날한시에 프랑스와 폴란드라는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같은 모습의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두 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삶을 추적한다.
감독이 장기간 착수한 ‘삼색 시리즈인 ‘블루(1993) ‘레드(1994) ‘화이트(1994)는 제목이 암시하듯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깔을 지칭한다. 거의 동시 촬영된 연작으로, 첫 작품 ‘블루는 199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뒤이어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된 ‘화이트는 감독상을 받았다.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즈비그니에프 프레이즈너와 함께 영상과 음악 간 환상의 조화를 이뤄냈다며 격찬받았던 영화다.
▲‘핀치 콘티니의 정원(1970), ‘순응자(1970)
두 작품 모두 46년 만의 국내 첫 개봉이다. ‘핀치 콘티니의 정원(2월 25일 개봉)은 이탈리아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가 연출해 제2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제4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네오리얼리즘 작품인 ‘움베르토 D(1952) 이래 별 주목을 못 받던 감독은 이 영화로 세계 무대에 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28일 개봉)는 1970년대 세계 영화사(史)를 뒤흔든 커다란 문제작이다. 후대 영화인들의 교범으로 통하는데, ‘대부(1972)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택시 드라이버(1976)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더불어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한 건 불과 만 29세 때였다.
두 영화 모두 무솔리니 치하 파시즘이 극에 달한 1930년대 이탈리아를 주무대로 삼고 있다. ‘핀치 콘티니의 정원이 억압 체제 아래 유태인의 박해와 사랑을 그려냈다면, ‘순응자는 사회 질서에 순응하며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자발적인 파시스트가 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 <용어 설명>
▷ 누벨바그(Nouvelle Vague) : 1950년 말 시작돼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 영화 운동. 무너져가는 프랑스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돼 주제와 기술상의 혁신을 추구했다.
▷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 파시스트 정권 치하 예술 억압에 대항하면서 형성된 영화 운동. 2차 세계대전 전후 사실주의를 추구하며 탄생했고 망가진 이탈리아 상황에 대한 영화적 대응이기도 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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