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주도하는 김한길 안철수 천정배 무소속 의원 ‘트로이카 체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포문은 김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열었다. 주 원내대표는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회의와의 통합과 함께 제기된 ‘호남 다선 의원 물갈이 여론에 대해 호남 현역 의원 물갈이라는 말은 원내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라며 다선 의원이라도 무조건 교체하는 것보다는 의정활동을 잘하면 키워야 하고 초선도 잘못하면 과감하게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뉴DJ(김대중 전 대통령)를 키워야 한다를 핵심으로 하는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해왔다. 전날 천 의원이 안 의원과 손을 잡은지 하루만에 주 원내대표가 천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주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주도권이 안 의원이 아닌 김 의원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통합 과정에서 김 의원 명의로 문자 연락이 돌고 통합 기자회견을 주도하는 등 안 의원이 국민의당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의 통합 역시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호남 물갈이로 불거진 공천룰 설정 뿐만 아니라 당 정체성 확립, 당 대표 선출 등 창당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 지지자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천 의원이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만큼 안 의원과 천 의원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천 의원 이상으로 진보 성향이 뚜렷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까지 합류하면 국민의당은 당 정체성 확립을 놓고 내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정리와 더민주를 상대로 한 선명성 경쟁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국민의당은 이날 더민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호남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은 26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이 지역 의원들은 어찌 보면 태평하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전북을 대변하는 의원 여러분이 변화하는 현실을 경청하고 좋은 결정을 내린다면 마음을 열고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군부정권에서 탄생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서 60년 전통 민주당을 송두리째 갖다바쳤다”며 보약이 아니고 독약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라는 말로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 뉴DJ를 키워내겠다”고 호소했다. 김관영 유성엽 의원을 제외하곤 전북에서 더민주 현역 의원 탈당이 없는만큼 참신한 인물로 물갈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통해 더민주 의원들의 합류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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