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빛섬에 황금빛 날개 모양의 대형 구조물이 설치된다. 단단한 그물망으로 만든 입체물로 가로 24m, 세로 21m, 높이 15.2m에 달한다. 작품 제목은 ‘날다 날다 날다. 제목처럼 실의에 빠진 사람, 지친 사람,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설치 미술가 김홍년(57)의 야심찬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따스한 마음으로 한 줌 희망을 부여잡고 우리가 모두 더불어 살고, 서로 인정하며, 발전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 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날개를 작품화했다”며 바람이 불면 날갯짓하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업은 설 연휴 직후인 2월 12일에 설치돼 3월 2일까지 전시된다.
작가는 우아함과 세련미를 표현하기 위해 황금색을 사용했다”며 야간에도 한강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4년 세빛섬 측에 ‘날다 날다 날다 프로젝트를 제안해 우수 기획전으로 채택됨에 따라 이뤄졌다.
세빛섬 1, 2층 전시관에선 ‘빛, ‘나비와 꽃, ‘신체를 주제로 한 3개의 테마 정원이 조성된다. 작가는 꽃과 나비와 함께 쓰레기가 가득한 파괴된 정원처럼 시각적인 이미지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 삶의 가치 등의 의미를 돌아보는 회화, 대형 입체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20대에 스페인에서 호안 미로 상을 수상한 작가의 개인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12년만이다.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도사를 자처했지만 그는 20·30대 시절에는 문제적 작가로 분류됐다. 1980년대 설치미술 대표 그룹 ‘난지도 일원이었으며, 1998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직 시절 르윈스키 성 추문과 관련해 이를 풍자한 작품을 캘리포니아 클래어먼트 대학원의 인스톨레이션 갤러리에서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제22회 호안 미로 국제드로잉전 우수상(1983),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공로상(2009) 등을 받았다.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