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철강 생산설비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최근 몇년간 생산능력 과잉 해소 정책을 실시해왔지만, 이번엔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읽혀진다.
25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몇 년간 철강 생산능력을 9000만톤 감축했는데 추가로 1억~1억5000만톤을 감축하고 신규 철강사업 승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 조선, 석탄 등 분야에서 과잉설비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금까지 실질적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핵심 국정과제로 ‘공급측면의 개혁을 선언한 뒤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초에는 석탄과 철강 등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지방정부와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최대 1억5000만톤 설비감축 목표치를 제시함에 따라 철강업계는 좀비기업들의 ‘버티기와 이로인한 가격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의 설비감축 지시가 알려진 25일 중국뿐 아니라 한국 철강업체 주가가 일제히 반등한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수치목표를 제시하면서까지 설비감축에 나선 이유는 자국 철강업체들이 공멸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 구조조정 없이 가격경쟁에 몰두한 결과 중국 철강업체 대다수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철강업계에선 지난해 전체 적자규모가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중국 정부는 결국 설비감축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들었다. 현재 중국의 조강능력은 12억톤으로, 전세계의 50%를 넘는다. 지난해 수요침체로 인해 생산량은 8억톤에 머물렀다. 설비의 3분의 1이 과잉상태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가 중앙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지방정부들은 지역경기 침체를 우려해 좀비기업들에 보조금을 쏟아부어 구조조정을 지연해왔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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