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 절반 장악
입력 2016-01-24 17:57  | 수정 2016-01-24 22:15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 도입 10년 만인 지난해 말 126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 점유율이 1년 만에 다시 50%를 넘어섰다.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이 12조원을 넘어서며 1위를 달렸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각 업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고객 쟁탈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사업자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액은 작년 말 기준 63조원으로 금융권 전체 적립액 가운데 50.1%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에 비해 적립액으로는 10조4000억원가량, 점유율로는 0.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적립액 중 은행권 점유율은 2013년 말 50.9%였다가 2014년 말 49.4%로 떨어진 바 있다. 작년 말 생보 적립액은 31조7000억원으로 2014년 대비 4조원가량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25.1%로 전년 대비 0.8% 정도 내려갔다. 증권 부문이 전체 적립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 손보는 8.4% 수준이었다.
은행권 사업자 중에서는 신한은행 적립금이 12조원을 돌파해 5년 연속 은행권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적립금 증가액도 2조1000억원으로 은행 중 수위를 차지했다.

은행 중 작년 말 기준 적립금 2위는 10조원을 돌파한 국민은행이 차지했고 다음으로 우리은행(약 9조3500억원) 기업은행(약 8조7200억원) KEB하나은행(약 8조3200억원) 등 순이었다. 작년 적립금 증가액 면에서는 국민은행(약 1조8500억원)이 2위를 기록했고 기업은행(약 1조4900억원)과 우리은행(약 1조47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6대 시중은행이 은행권 전체 적립금 중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퇴직연금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전체 업권 기준으로도 상위 10개 사업자 점유율이 72%에 달해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근로자들로서는 은퇴 이후 사용할 자금이어서 맡길 곳 신용도가 중요하다"며 "여러 금융권 중 근로자들이 느끼기에 가장 신뢰감을 주는 곳이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퇴직연금 시장 성장과 함께 유형별 구성도 변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제도로 분류된다.
DB형은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방식이다. DC형은 외부 금융사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진다. 근로자에게 운용 책임이 있다. IRP 제도는 근로자가 중도에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하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다.
여전히 DB형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작년 말 제도별 점유율이 최초로 70%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에는 DC형과 IRP 점유율이 과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도입이 뒤처졌던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DC형을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류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수익률이 낮지만 안전한 DB형에 치중됐지만, 이제 근로자들이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원리금 보장뿐만 아니라 고수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수익률이 높은 DC형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IRP는 세제 혜택까지 있어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시중은행들 수익률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금액가중 1년 수익률 기준)을 보면 신한은행이 2.18%로 1위로 올라섰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2.06%, 1.89%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수익률 1.74%를 기록하며 4위로 내려갔다. 2014년에는 국민은행이 4.63%로 1위를 달성했다.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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