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들러리 입찰 가담 포스코계열사에 법원 "보상비 전액 물어내야"
입력 2016-01-24 14:04 

특정 업체의 낙찰을 위해 이른바 ‘들러리 입찰로 담합하고 발주처로부터 탈락 보상비까지 챙긴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보상비 전액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들러리 입찰에 가담한 건설사에 보상비 전액에 대한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두 업체가 설계보상비 3억2000여만 원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설계보상비란 입찰에 탈락한 회사에게 기본설계비 등을 일부 보상해주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포스코건설 측은 입찰 과정에서 낙찰자, 낙찰 가격 등을 미리 결정해 경쟁을 제한시키는 부당 공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에게는 담합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1년 5월 LH는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공사를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코오롱글로벌이 GS건설, 금호산업, 한라산업개발과 공동으로 먼저 입찰에 참여했다. 이 입찰은 다른 참여자가 없어 한 차례 유찰됐으나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 등과 공동으로 참여한 덕분에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있었다. 최종 낙찰자로는 코오롱글로벌이 선정됐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코오롱글로벌의 공사 수주를 돕기 위해 ‘들러리를 섰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코오롱글로벌이 2009년 인천 청라국제도시 개발사업 때 마찬가지로 들러리를 서준 데 대한 답례였다.
입찰에서 탈락한 포스코건설은 이듬해 들러리 입찰 사실을 숨기고 LH를 상대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든 기본설계 비용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내 설계보상비로 3억2000만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편법은 오래 숨길 수 없었다. 2014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업체 간 들러리 입찰 합의 사실을 밝혀내 포스코건설에 19억5900만원, 코오롱글로벌에 14억1000만원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이 처분은 행정소송까지 거쳤지만 포스코건설의 패소가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포스코 측은 설계보상비는 이미 2012년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받은 것이어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계보상비 지급과 별개로 LH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여서 모순된 판결이 아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담합 사실을 숨기고 설계보상비를 받아간 사례가 자주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들러리 입찰 건설사를 상대로 한 비슷한 민사소송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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