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한파와 강한 바람이 불면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돼 승객 수만명이 발이 묶이는 등 공항 기능이 장시간 마비됐습니다.
공항을 중심으로 제주 곳곳이 흡사 '얼음 왕국'에 갇힌 모양새입니다.
제주공항에는 24일에도 폭설과 난기류 현상이 발생,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활주로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됩니다.
23일 오후 5시 50분부터 운항이 중단돼 이번 최강한파로 인한 운항 중단 시간은 최소한 18시간을 넘게 됐습니다.
공항공사 제주본부는 활주로 이용 중단을 알리는 공지인 '노텀'(NOTAM·Notice to Airman)을 항공사에 띄웠습니다. 8∼9월 태풍으로 인한 운항 중단은 종종 있지만 한파로 인한 중단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 무심한 하늘…폭설 계속돼 '대란' 불가피
24일 낮 12시까지 운항하기로 계획된 국내선 및 국제선 출·도착편 180여편이 모두 결항 결정되면서 23일부터 이어진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입니다.
이날만 3만∼4만명의 승객이 제주를 떠날 예정인 가운데 운항 중단이 연장돼 발이 묶이는 체류객이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낮 12시까지 활주로 운영이 중단된 데다 강풍·저시정·대설·윈드시어(난기류) 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제설작업은 새벽부터 재개됐다. 제설작업에는 제설차 8대와 인원 200여명이 동원됐습니다.
그러나 제설차량 이동이 곤란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얼마나 작업이 진척될지는 미지수입니다.
23일에는 출발편 기준, 140여편의 항공기가 줄줄이 결항했습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5시간 이상 대기하다 결국 이륙하지 못해 탑승객들을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당일 2만여명(공항공사 추정·탑승률 85%이상 기준)이 제주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일부 승객은 항공기가 다시 이륙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발권데스크에 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포기하고 교통편으로 공항을 빠져나간 승객도 많았습니다.
항공사의 후속 대응 미흡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승객도 많았습니다.
에어부산으로 오후 3시 김해공항으로 가려던 김모(37)씨는 "결항 사태가 이어지던 낮부터 오후 2시까지 항공사에서 문자 메시지 등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관광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공항에 왔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백모(22·여)씨는 "출발을 위해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눈이 많이 와서 이륙을 못한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백씨는 5시간을 항공기에 있다가 결국 이륙하지 못한 항공기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 도심지도 폭설…'어디로 가야 하나?'
제주 도심에도 32년 만에 폭설이 내려 체류객들이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장시간 연출됐습니다.
24일 오전 6시 기준으로 공항 안의 체류객은 1천여명입니다. 무려 1천여명이 제주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국토부와 공항공사, 제주도는 비상 대책반을 운영하며 체류객들에게 교통편 등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전세버스 40여대가 무료 제공돼 체류객들의 숙소 이동을 도왔습니다.
공항공사는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교통편과 숙박시설 등을 안내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통역요원을 배치했습니다.
일부 항공사는 제때 출발하지 못한 승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항공사는 '나몰라라' 식으로 대응했다고 일부 승객들은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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