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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정표에도, LG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력 2016-01-23 13:01 
LG 트윈스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 랜치에서 2016시즌 KBO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하루는 매우 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운동이다. 포지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야수의 경우 많게는 오전, 오후, 야간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이 일정을 단번에 숙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날 훈련 일정이 인쇄된 A4 용지가 훈련장마다 한 쪽에 걸려있다(보통 각 구단은 마이너리그 팀 구장 내 훈련장 2~3곳을 쓴다). 선수들이 쉴 때마다 일정표를 보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파악하라는 이유다. 한 눈에 봐도 빼곡하다.
일정표는 1~2장이다. 투수 및 야수를 따로 인쇄하거나 한 장에 함께 인쇄하거나, 그 차이다. 그 외 차이점은 보통 없다. 문서양식을 떠나 훈련 프로그램이야 각 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기본을 다지는 스프링캠프의 훈련 프로그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웜업, 베이스러닝, 롱토스, 컨디셔닝, 디펜스, 배팅, 웨이트 등 기본 줄기는 같다.
그런데 LG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정표 하단에 비고(홈/원정 유니폼 착용) 외 또 하나의 칸이 있다. 훈련 프로그램 소개는 아니다.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문구를 넣어둔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LG는 지난해에도 그랬다. 다만 달라진 건 ‘격언이 아니라 LG 선수단 ‘코멘트라는 것이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공개된 1탄은 양상문 감독이었다. 2016년 LG TWINS 선수단 야구만 합시다.” 지난 6일 시무식에서 양 감독의 그 멘트였다. 하루 뒤의 2탄은 선수 편. 캠프 참가자 중 야수 최선참 박용택이었다. 통산 타율 3할을 치고 있어도 더욱 발전하기 위해 지금도 고민하고 연구하며 노력한다.”
선배의 끊임없는 노력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격언보다는 가까운 동료의 이야기가 더 생동감 있게 와 닿는다. 양 감독, 박용택에 이은 3탄은 이동현이었다(23일은 휴식일로 4탄은 24일 공개된다). LG는 매일 일정표마다 코멘트가 새로워진다. LG는 이번 1차 스프링캠프에 코칭스태프 11명과 선수 40명이 참가했다. 오는 2월 13일까지 훈련한다(14일 출국). 그 기간 동안 절반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셈이다.
퍽 인상적이다. 그래서 박용택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작품을 만든 이는 따로 있다고. 역추적을 하니, 유지현 코치의 작품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일정표를 만드는 건 유 코치가 해야 할 일이다. 유 코치는 지난해까지는 격언을 넣었지만 선수단의 이야기로 바꿨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자는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 랜치 훈련장 한 쪽에 걸린 LG 트윈스의 일정표. 박용택에 관한 이야기가 하단에 적혀있다. 다른 구단과는 차별성을 지닌 일정표다. 사진(美 글렌데일)=이상철 기자
쉬운 일이 아니다. 미니 인터뷰를 하고 입력하는 게 아니다. 유 코치의 머리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이것이 일정표 문서 작업 중 가장 어렵다고 했다. 매일 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유 코치는 동료는 물론 해당 선수에게도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줘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그 선수에게 원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면서 (이를 볼)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영향을 줘야 한다. 특히 우리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라며 (코멘트 입력이)쉬운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매번 달라야 하는 데다)좋은 느낌을 담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렇게 스프링캠프가 끝날 때까지 유 코치의 밤은 누구보다 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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