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식센터·서비스드 오피스 `임대시장 춘추전국`
입력 2016-01-22 16:08  | 수정 2016-01-22 17:21
국내 오피스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20·30대 젊은 층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지식산업센터와 월세형 사무실인 서비스드 오피스 공급이 잇따르는 추세다. 여기에 전반적인 기업 경기 침체로 중견·대기업이 사무실을 '다운사이징'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종로·강남 일대 대형오피스는 '반값' 임대료를 앞세우며 콧대 낮추기에 여념이 없다. 다양해진 창업 형태와 경기 부침에 따라 임대시장 자체가 세분화된 것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옛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쏟아지고 있다. 가산동 '가산 W센터'와 송파 문정지구 'H비즈니스파크' 등 현재 서울에서 입주자를 모집 중인 센터 면적을 합치면 총 32만7481㎡에 달한다.
종로나 광화문, 테헤란로 대형오피스에 입주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타깃이다. 여기에 맞춰 지식산업센터는 3.3㎡당 3만원 선으로 도심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직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특화설계,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정책지원을 내세워 입주자를 모으고 있다.
지난 12일 견본주택을 연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가산 W센터'는 지상 2~4층 저층부에 테라스를 설치하고 피트니스센터와 옥상정원, 태양광발전 설비까지 갖췄다. 특히 센터 안에 입주한 기업에는 저금리 정책자금 융자와 취득세 50%,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그 덕분에 적잖은 소기업들이 지식산업센터로 이전하거나 이를 고려 중인 상황이다. 임플란트로 유명한 '오스템 임플란트'는 원래 있던 가산동 일반 오피스 건물에서 지난해 12월 새로 공급된 이 지역 지식산업센터로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작은 사무실을 월 단위로 빌려 쓰는 서비스드 오피스도 전국에 1000여 곳이 성업할 정도로 확대됐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대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WeWork)가 서울 명동을 포함해 강남 등 10여 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채비를 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기업 규모에 맞춰 1인실부터 10인실까지 제공하는데, 강남에서 13.2㎡ 규모 1인실을 빌리는 데는 월 50만원이 든다. 인터넷과 회의실을 무료로 쓸 수 있고 팩스와 복사기는 공동 사용이 가능해 초기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에 인기다. 리저스코리아 같은 외국계 회사는 통역 서비스와 공동 비서까지 제공한다.
최근에는 공유경제 트렌트에 맞춘 '셰어 오피스(share office)'도 나와 임대가격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연 '코쿤피스'는 월 10만원만 내면 사무실 공간부터 사업자등록지 주소, 개인 사물함을 제공하는 멤버십 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자택근무나 외근이 많은 업종 특성상 매일 사무실에 나올 필요가 없는 벤처기업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중견·대기업 위주의 도심지 대형오피스 시장은 거품 빼기에 한창이다. 강남역 일대와 종각·광화문을 중심으로 1년에 6개월간 렌트프리(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를 제공하는 게 일반화되다 보니 실제 입주기업이 내는 임대료가 월 관리비 수준까지 떨어졌다. 종합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강남권 오피스 3.3㎡당 임대료는 7만2415원, 종로와 광화문 등 도심권은 8만7759원이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과장은 "렌트프리를 감안하면 월 임대료가 4만원대로 평당 관리비와 별 차이가 없다"며 "자금력을 갖춘 중견기업이라면 강남 입성을 노려볼 만한 조건이 갖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실 염려가 커지면서 임차인 우위 시장이 전개되는 양상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자 임차인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취향에 맞는 사무실을 고를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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