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 "농업펀드 1000억으로 확대"
입력 2016-01-22 16:00  | 수정 2016-01-22 17:04
"조선, 해운 등 부실업종 여신을 줄이는 대신 농협은행의 본래 역할인 농식품금융에 집중할 것입니다."
지난 4일 공식 취임한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은 22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농협은행은 조선, 해운업종을 지원하라고 만든 조직이 아니다"며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에 당장 대출을 회수할 순 없지만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여신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업종 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농협은행이 본래 해야 할 책무인 '농민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조성한 200억원 규모 농산업가치창조 펀드를 향후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산업펀드는 농식품 분야 우수 기술을 보유한 창업 초기 기업 또는 유망 중견기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며 현재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다.
기업금융에 비교적 뒤늦게 뛰어든 농협은행은 조선·해운·건설 등 부실업종에 대한 대출이 많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안에 동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NPL 비율은 약 2.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NPL 비율은 통상 0.9~1.6% 수준이다.
이 행장은 "농협은행은 부실기업 대출 때문에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국책 은행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반드시 수익을 내서 농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현재 농협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글로벌 진출 전략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6일 '중국판 농협'인 궁샤오그룹과 합자회사 설립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궁샤오그룹과 합자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합자은행은 한국의 농업정책자금 시스템을 중국에 이식하는 형태로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농협이 중국 농민에게 저리에 농사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이때 발생하는 역마진은 중국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 행장은 "중국은 베이징 인근 농민의 예금 수요만 170조원에 달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며 "중국 진출이 성공하면 농협은행의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조만간 실시될 승진 인사에서 연공서열 문화를 타파하고 철저한 성과·능력 위주의 인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그는 "은행에 만연해 있는 공무원 같은 조직문화를 없애고 젊고 유능한 행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난해보다 최소 3~4배 이상 많은 인원을 승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은행 시대를 맞아 조직체계와 인력운용 시스템도 대폭 개선한다. 수익이 안 나는 점포는 과감히 정리하고 비대면 영업을 위한 핀테크 인력은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 행장은 "농협이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점포 수가 많은데 강점이라기보다 오히려 비용 부담이 크다는 면에서 약점"이라며 "고객을 점포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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