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얻고 토양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미네랄을 얻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조금 다른 생존방식을 찾아냈다. 식충식물로 불리는 일부 식물들은 곤충을 먹잇감으로 삼아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한다.
식충식물 중 대표적인 것이 파리지옥인데 향긋한 과일향으로 곤충을 덫으로 유혹한 뒤 덫 모양의 잎을 건드릴 경우 잎이 닫히면서 곤충을 잡아먹는 방식을 사용한다.
최근 독일 연구팀은 파리지옥이 사냥할때 숫자를 셀 정도로 똑똑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록 동물처럼 뇌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매우 영리한 사냥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21일 셀(Cell)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라이너 하이드리히 교수는 파리지옥은 걸려든 먹잇감이 얼마나 자신을 많이 건드렸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최소 5까지 숫자를 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덫처럼 생긴 파리지옥의 잎 안쪽에는 여러개의 감각모(感覺毛)가 늘어서있다. 파리지옥은 감각모를 통해 곤충이 덫에 걸렸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연구팀은 기계장치를 고안한 뒤 마치 벌레가 파리지옥을 건드린 것처럼 전자기신호를 발생시켜 파리지옥의 감각모를 자극했다.
그 결과 첫 번 째 신호에서는 파리지옥이 ‘준비 상태에 들어갔다. 감각모에 촉감을 한 번 느낀 것만으로는 진짜 곤충이 덫에 걸린건지 아니면 감각모가 잘못된 신호를 인지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 째 신호에서는 파리지옥이 먹잇감이 걸려들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덫을 닫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파리지옥이 하나의 거대한 ‘녹색 위가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곤충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게 된다. 덫이 닫히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하기 때문이다.
세 번 째 신호에서는 덫이 완전히 닫혀버린다. 빠져나가려 애쓰는 곤충은 계속해서 섬모를 건드리게 되고 네번째 신호에선 파리지옥이 특정 호르몬을 발산시켰다. 식사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덫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먹잇감으로선 일종의 ‘사형 선고다.
다섯 번 째 신호에서는 덫 안의 분비샘에서 소화효소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파리지옥은 식사를 즐기게 된다.
하이드리히 교수는 곤충이나 다른 먹잇감이 덮에 결렸다고 느낄수록 파리지옥풀은 먹잇감을 더 옥죄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곤충이 얼마나 많이 감각모를 건드리냐를 기준으로 파리지옥풀은 먹잇감의 크기, 영양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며 사냥에 들어가는 비용과 편익 분석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파리지옥은 특히 먹잇감으로부터 나트륨을 섭취했다. 나트륨을 왜 먹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파리지옥이 나트륨을 통해 세포벽 안 수분량을 조절하는 것 같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파리지옥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후속 연구에 돌입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파리지옥이 어떻게 식충식물로 진화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목표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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