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1월 20일(14:3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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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적자가 현실화 되면서 포스코가 계열사 매각 및 구조조정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포스코 구조조정의 골자인 계열사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적자 계열사들 위주로 정리를 하려다 보니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일부 딜에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으로 순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68년 설립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포스코의 순이익은 2013년만 해도 1조3550억원에 달했지만 2014년에는 5567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이에 포스코는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2017년까지 총 89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9개사를 매각 또는 청산했으며 올해 35개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올해 거의 매달 3개 이상의 계열사를 매각 또는 청산해야 한다. 상당한 인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여전히 가치경영실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직접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계속 스터디를 하면서 계열사 처리에 대한 방안을 정리해 가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흡한 준비…적자 계열사는 원매자 없어 처분 난항
시장에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계열사들이 추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체 사업 구조를 철강을 중심으로 소재,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트레이딩 등 4대 도메인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외 분야의 계열사들은 거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스코엘이디의 매각이 임박했으며 포스코에이에스티 등이 곧 매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보다는 현금을 받고 매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리 대상 계열사들이 대부분 손실을 내고 있는데다 업황마저 좋지 않은 곳들 이어서다. 포스하이알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인수할 곳을 찾았지만 끝내 원매자가 없어 파산에 들어갔다. 다른 IB 관계자는 "현재로선 투자자 관점에선 살 만한 매물이 전혀 없다"며 "팔릴 만한 곳은 다 팔렸다. (회사와 업황이) 이렇게 망가지기 전에 조금 더 빨리 팔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계열사 매각 때는 포스코가 '돈을 줘가며' 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몇 년간의 계약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조건을 내걸어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을 진행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포스코가 계열사 갯수 줄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발표한 계열사 정리 갯수를 맞추려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미흡한 준비로 매각이 틀어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양LNG터미널 매각이다. 포스코는 2014년 7월 광양 LNG터미널 지분 49% 매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고 보류됐다.
광양LNG터미널은 한국전력과 SK E&S, 일본 이토추 상사 등과 20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수익이 안정적인 까닭에 포스코의 매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여러 국내외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포스코도 지분 매각으로 4000~5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매각을 위해 정부 허가를 받는 작업에서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더 이상 매각을 진행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매각을 결정하면서 사전 작업조차 제대로 해놓질 않은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본사 간 입장 정리가 사전에 되질 않았던 탓에 내부적으로는 매각 방향이 정해졌음에도 실행하지 못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구조조정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발표부터 하고 보는 식"이라며 "공기업 문화가 만연한데 얼마나 날카로운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느냐. 다들 포스코는 구조조정 의지가 약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향은 맞다…시장 신뢰부터 회복해야"
끊임없는 잡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포스코가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실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데 공감했다. 비핵심 계열사들은 그냥 둘 경우 계속해서 비용만 발생하기에 빠르게 정리하는게 낫다는 의견이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사실 포스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글로벌 철강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 과정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주가는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지난해 1월 23일 28만2500원이었던 주가는 올해 1월 19일 기준 16만5500원으로 내려앉았다. 무려 41%나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 업황과 부진한 실적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포스코의 구조조정 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락세가 좀처럼 진정되질 않는 것은 처방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IB 관계자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의) 방향은 맞지만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