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뺨을 스치던 지난 20일, 약 10미터 높이의 모형 헬기에서 짧고 굵은 기합소리가 들렸다. 지름 3㎝가 채 되지 않는 줄에 매달려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경기도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수도권특수구조대에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도 레펠훈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레펠훈련을 하던 이길상 소방장은 이번에 기본급이 4만원 추가 인상된데다 출동수당도 받게 됐다”면서 돈 액수 보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의 어려움을 알아줬다는 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현장직 또는 하위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각종 수당을 인상해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국립병원 간호사,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의 출동 수당, 위험한 훈련을 반복해야하는 군인 등 일선 현장에서 대민서비스에 종사하거나 안보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손질했다. 위험근무 수당 지급액을 올린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먼저 9급 초임 공무원 봉급을 평균(3.0%) 보다 높게(3.6%) 올렸다. 그동안 9급 공무원은 초임이 낮아 생계를 유지하기가 버겁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관과 이륜차를 이용하는 집배원은 위험근무수당을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50% 증액했고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야간근무(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 중 112신고로 긴급 출동할 때 마다 3000원(1일 최대 3만 원)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112출동수당을 신설했다.
소방공무원은 그동안 국가직 소방공무원에 지급되지 않던 항공수당을 신설해 조종사나 정비사들이 계급별로 월 17만 4200원에서 최대 63만1700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군은 전투기조종사의 항공수당을 5%, 특전사 중 항공기 낙하산 강하자의 위험근무수당을 평균 45% 각각 인상하고 잠수함 승무원에게 출동일수 마다 1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또 13년 간 동결돼왔던 초중고교 담임수당도 월 2만원 인상했다
국립정신병원 등에서 간호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도 특수업무수당을 월 5만원 씩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국립서울병원 소속 문명자 수간호사는 폐쇄병동에서 아침부터 환자들과 부대끼면서 힘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돈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국가가 인정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20일 수도권특수구조대와 국립서울병원을 방문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현장직 공무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종사나 정비사가 아닌 헬기 탑승 구조대원과 국립병원 간호조무사들에게도 유사한 업무를 한다면 그만큼의 수당을 지급하라”고 지시하며 앞으로도 현장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수당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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