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 상당수가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나쁜 소문이 돌거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문제 제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직장인 450명, 대학·대학원생 350명 등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강화를 위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여성 직장인 가운데 성희롱 피해를 봤을 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전체 40.2%인 181명이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근로자 1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의 여성들은 전체 54.2%가 이같이 답했다.
이유로는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20.8%), ‘고용상 불이익 우려(14.4%), ‘처리과정의 정신적 스트레스(13.8%), ‘가해자를 다시 만나게 될까봐(10.2%)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음담패설 등 성적인 이야기나 농담이 3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외모·옷차림·몸매 등에 대한 평가가 30%, 성적인 추문 17.6%, 회식자리에서 술시중·블루스·옆자리 강요 14%, 사내 음란사진·동영상 유포 등이 10.4%였다.
성희롱 2차 피해로는 주변에 말해도 그냥 참으라고 하거나 성희롱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경우(22.2%)가 가장 많았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암시하며 성희롱을 축소·은폐 하려는 경우(12.4%), 성희롱은 개인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회사측 강압(11.3%), 회사가 성희롱 문제 처리를 지연하거나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 경우(10.9%) 등도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있었다.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법적제재가 미흡(20.4%)하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19.8%)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대학·대학원생들이 성희롱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곳은 음식점·술집·노래방 등 유흥업소(47.7%)였다. 이어 MT·수련회 숙박시설(16.9%), 연구실·실험실(12.0%), 동아리방(6.9%), 하숙·자취방(5.7%) 등의 순이었다.
인권위는 이번 설문조사 등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강화를 위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희롱 예방책과 피해자 구제 방안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은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개인의 존엄·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근로자로서 성차별 없이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며 성희롱 사건처리 절차를 전면 개선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를 명확하게 금지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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