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입당 "핫 하게 붙고, 지면 쿨하게 사라질 것" (전문)
입력 2016-01-20 10:29  | 수정 2016-01-20 10:32
이철희/사진=연합뉴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입당 "핫 하게 붙고, 지면 쿨하게 사라질 것" (전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했습니다.

이철희 소장은 20일 '입당의 변'을 통해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소장은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니다"며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이철희 소장의 '입당의 변' 전문입니다.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

2016년 1월 20일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닙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놈이 그런 오만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편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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