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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여성예능인②] 결국은 ‘여자’가 발목 붙잡는 예능 현실
입력 2016-01-19 13:17 
[MBN스타 유지혜 기자] 결국 여성예능인들의 발목을 잡는 건 ‘여자라는 정체성이다.

작년은 유난히 여성예능인의 설 자리가 부족한 한 해였다. 하지만 여성예능인의 입지는 관찰 예능 장르가 대세가 됐을 때부터 조금씩 나타났던 현상이다. KBS2 ‘해피투게더, MBC ‘세바퀴와 같은 스튜디오형 토크쇼에서 2013년 ‘아빠! 어디가 ‘인간의 조건 등이 이끈 관찰 예능으로 예능 중심이 변화하면서 더욱 여성예능인들은 사라져갔다.

관찰 예능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여성이라는 성별은 당연히 ‘불리한 조건이 됐다. 옷을 갈아입거나 취침 장면은 남성 출연자에겐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성 출연자에게는 분명 부담이 되는 조건이다. 그만큼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밖에 없으니 여성 출연자의 관찰 예능은 제작진도, 출연진도, 시청자도 불편한 상황이 왕왕 발생됐다.



관찰 예능의 한 부분인 육아 예능 또한 미혼 여성 예능인들은 출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엄마가 육아를 하는 그림이 예능 소재가 된 게 아니라 ‘서툰 아빠들의 육아가 소재가 된 것이 바로 육아 예능의 현실이기 때문에 기혼 여성 예능인들도 참여할 수 없었다. SBS ‘오마이베이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 예능이 각 방송사 장수 프로그램에 속하다보니 그만큼 여성 예능인들의 활동 빈도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

비슷한 사례로 ‘쿡방의 열풍을 들 수 있다. 지난 2015년은 ‘쿡방의 뜨거운 인기가 화제였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등 ‘쿡방의 수혜자인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쿡방은 게다가 여성에게는 한정된 공간이다. ‘요리하는 남자라는 상념을 깨뜨린 콘셉트가 먹힌 ‘쿡방에 여성이 요리하는 건 어쩐지 ‘당연한 그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 장르에 편중된 예능계 때문에 더욱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은 떨어지고 대중과의 거리도 멀어지게 됐다. 여성예능인들이 특화돼 있는 토크 프로그램들은 다소 식상하다는 평을 받으며 폐지되거나 개편되는 경우가 2015년 특히 많이 발생했는데, 개편 사항에 빠지지 않는 MC 교체 때문에 여성예능인들은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되는 경우가 생겼다.

대표적인 ‘줌마테이너로 사랑받던 박미선은 이런 예능계의 현실 때문에 MBC ‘세바퀴와 KBS2 ‘해피투게더에서 물러나 새로운 MC들에 바통을 이어줘야만 했다. 박미선은 여성 예능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한 게 2014년인데, 이 소망이 무색해질 정도로 예능계의 남(男)풍은 심화됐다.



더욱 문제는 여성 예능인들은 그나마 남은 토크프로그램에서조차 ‘예능인으로서가 아닌 ‘여성으로서 섭외를 받고 토크를 풀어내야 한다는 거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으나 지금은 기세가 사그러든 ‘떼토크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많은 패널들이 초대돼 일정한 주제에 맞게 토크를 펼치는 떼토크 프로그램은 전과 달리 최근에는 3050 주부시청자를 주 타깃층으로 잡고 기획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주제는 육아, 결혼 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최은경, 안선영 등은 예능인보다는 엄마 혹은 아내의 대표 격으로 출연하게 되는 것. 역량이 다분한 여성예능인들이 MC로서 혹은 다양한 장르의 예능 패널로서 등장하기보다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성예능인의 활동을 더욱 제한하는 것은 ‘여성으로서 너무 망가질 수도 없고, ‘예능인으로서 망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통념에서도 한몫 한다. 여성 예능인이 만약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거나 자신의 일상생활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관찰 예능에 출연하면 그만큼 많은 ‘악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예쁜 모습만 보여준다면 ‘예능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만 돌아온다.

이런 비애 속에서 여성예능인들은 좁아져가는 입지를 느끼고 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김숙은 송은이가 연예인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엑셀을 배우고 있다”고 농담을 했지만, 안에는 예능계의 성 불균형을 꼬집는 ‘뼈가 담겨 있었다. 점점 좁아져만 갔던 여성예능인의 자리가 과연 2016년에는 기세를 바꿔 조금씩 늘어갈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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