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란發 훈풍에 건설주 `들썩`
입력 2016-01-18 17:34  | 수정 2016-01-18 22:23
지난 16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가 공식 발표되면서 건설주가 모처럼 반등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주가 일러야 올해 말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란 호재가 실적에 반영될 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수주 가이던스에 이란 관련 프로젝트가 포함되느냐가 건설주 상승세가 이어질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주는 장 초반 강한 상승세로 출발했다. 발주나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침체된 해외 매출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란 수주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이 전 거래일 대비 2.27 % 오른 3만1600원에 장을 마쳤고, 대우건설은 3.07% 오른 5370원을 기록했다. 토목산업 실적이 탄탄한 진흥건설은 12.06% 올랐고, 특히 진흥건설 우선주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GS건설은 0.22% 소폭 하락해 2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건설주들의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중동 지역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란의 건설 발주 물량 때문이다. 이란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681억달러인데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신규 플랜트 및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가 발동하기 전까지 현대건설이 35억9000만달러, 대림산업이 35억7000만달러, GS건설이 28억3000만달러를 수주한 바 있다. 특히 대림산업은 21건의 수주 건수를 비롯해 경제제재가 발효된 이후에도 현지 지사와 사무소를 유지하며 이란 정부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이란에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선제적인 공사 수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란 가스 플랜트 중 최대 규모였던 16억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4~5단계 공사를 공기 단축해 마무리하며 현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GS건설 역시 제재에 동참하기 직전인 2009년 14억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 플랜트를 수주해 한국 업체 중 가장 최근의 입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발표돼 있는 건설업체들의 올해나 내년 실적 예상치(컨센서스)에는 이란 발주 프로젝트 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 만약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다면 건설업체들의 올해 실적은 기저효과에다 수주까지 합쳐서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에서의 수주를 제외하더라도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2% 오른 4840억원, 대림산업은 37.6% 오른 36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중동에서의 손실을 충당금으로 처리해 더 이상 해외에서 추가 손실이 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관건은 다음주 발표되는 대림산업의 수주 가이던스에 이란 프로젝트가 포함되느냐다. 이란 건설 수주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림산업이 이란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를 올해 수주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다른 건설사들도 이란 관련 매출을 올해 실적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만일 대림산업의 이란에서의 수주가 내년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보면 그만큼 이란 호재는 올해 매출로 연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로 이란 정부의 재정 여력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 건설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돼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공사대금이 들어올 때까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
김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프라 사업이 하반기부터 시작되고 석유나 가스 플랜트 사업은 내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족한 재정 때문에 발주 프로젝트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 방식에 약한 한국 업체들이 금융기업이 발달한 서방 업체들에 고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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