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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쯔위發 JYP 위기, 대만 아닌 독도였다면
입력 2016-01-17 18:58  | 수정 2016-01-17 19:23
트와이스 쯔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중국이 최대 한류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국내 연예계 관계자들이 뼈져린 교훈 하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한류'의 뿌리는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 대중의 정신을 파고들 수 있는 문화 첨병 '한류'는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는 순간 힘 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 덕에 확인했다. 쯔위는 과거 한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태어난 나라 국기를 흔들었다가 졸지에 대만 독립 운동가가 됐다. 트와이스의 중국 활동이 전면 중단됐고,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다른 가수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정치적 사안이다. 대만을 독립된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특히 최근 대만 총통 선거와 맞물려 중국 내에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발전했다.
애초 논란이 일자 JYP는 "인터넷상 루머에 휘말리게 돼 유감"이라며 해당 파문을 애써 축소하려 했다. 그러면서 JYP는 "우리 회사는 중국 정치와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주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사실, JYP는 이 때까지 할 만큼 했다. 많은 이들이 현실적인 역학 관계에 놓인 그들 처지를 이해했다. JYP가 그 이상 공식입장을 밝히는 건 '어떠한 정치적 주장'을 펴는 것보다 더 위험했다. 더불어 그것은 중국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는 꼴이기도 했다. 자본 논리에 굴복하지 않는 자존심이자 최선의 선긋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커졌다. 압박이 심해지자 JYP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열여섯 살 소녀 쯔위는 JYP가 준비한 카메라 앞에 초췌한 얼굴로 죄인처럼 섰다. 쯔위는 이 영상에서 "해협양안(중국 대륙과 대만을 표시하는 어휘)은 하나며 전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깁니다"라고 말했다. JYP의 강요가 아닌, 쯔위 본인의 뜻인지는 그밖에 모른다.
즉각 반응이 나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모든 곳에 적용된다. 도전을 용납치 않겠다"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자매지 환구시보 웨이보를 통해 "우리는 오늘로 중국의 미소녀를 얻었다. 쯔위에게 어떤 위협을 가할 경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대만 총통 당선자 차이잉원은 "쯔위는 강압적으로 마음과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고 그를 감쌌다.
JYP는 사태 수습을 기대할 만하다.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JYP는 최대 위기를 맞은 듯 했었다. 주가는 하락했고, 소속 아티스트의 공연·방송 일정이 취소됐다. 중국은 땅덩어리만큼이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뿐 아닌 세계 여러 국가에게 가장 큰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시장이다. 화를 내야할 대만도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니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JYP가 위기를 넘겼다고 마냥 박수 쳐주기는 어렵다. 국내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른바 '중국 매뉴얼'이 등장할 판이다. 기획사 차원에서 소속 연예인과 중국 언론 관계에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중국 공식석상서 대만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할 것 ▲ 그래도 질문이 나온다면 노코멘트 ▲트위터 등 SNS 상에 역사적·정치적 사안 글쓰기 자제 ▲대만뿐 아닌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어떠한 사안도 발언 금지 ▲대만색이 드러나는 상징적 소품·의상 착용 주의 등이다.
어디서 봤음직한 글이지 않나. 바로 수년 전 일본에서 반한류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독도를 독도라 부르지 못했던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독도 관련 언론 대응 매뉴얼'에서 지역명만 바꿔 보았다.
그간 국내 연예계는 한·일 양국 간 갈등이 불거져 한류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을 때마다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대부분 언론 역시 이를 암묵적으로 구별했다. 말 한마디에 ‘애국자와 ‘매국노,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그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자 예의였다.
중국 언론은 한류 스타를 끌어들여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중화권 정치인들의 ‘꼼수에 현지 언론이 부응했고, 자사의 어린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할 JYP는 결국 쯔위에게 대만 국기를 버리게 했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언젠가 다시, JYP에게 '독도'라는 잔인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어쩔지 궁금하다.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JYP는 이번에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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