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부진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카드를 빼들었다.
16일(현지시간) 인도 현지 언론에 모디 총리는 15억달러(약 1조82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을 골자로 한 ‘스타트업으로 일어서는 인도(Start-up India, Stand-up India) 구상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규제 탓에 인도 스타트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던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모디 총리는 이날 뉴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벤처 캐피털리스트 등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을 열고 스타트업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 방안을 밝혔다.
지원방안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향후 4년간 해마다 3억7500만달러를 투자해 총규모 15억달러 규모의 지원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수차례 기금 조성에 나섰지만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신생 스타트업은 설립후 3년간 법인세는 물론 세무조사가 면제된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혜택을 마련해 3년간 자본수익에 대해 면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벤처투자 펀드들은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던 규제들도 대폭 완화된다. 그간 인도에서는 회사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만 한달 넘게 걸려 업계 불만이 많았다. 모디 총리는 이 기간을 하루로 줄이고, 모바일을 통해서도 기업등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별도 절차를 거쳐 신규 특허를 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이 환경·노동 관련 9개 법을 준수하는지 여부도 기업 자체 보고로 대체된다.
이밖에 인도 정부는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경우 폐업절차를 90일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준비중이다. 그동안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폐업절차로 인해 인력과 자본이 묶여 사업재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 법안에는 사업가들을 위한 신용보증 프로그램도 포함돼있다.
이날 행사에는 트레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등을 비롯해 전세계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난해에만 인도에 20억달러를 쏟아 부은 소프트뱅크는 전자상거래 업체 스냅딜, 차량공유 업체 올라 캡스, 호텔예약앱 제작업체 OYO 등 인도 스타트업에도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손 사장은 21세기는 인도의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중국이 보였던 성장을 인도가 향후 10년간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