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육현장의 일방통행 "누리과정 비용 일단 학부모가 내라"
입력 2016-01-17 15:43 

서울·경기·인천의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연합체가 누리과정비 부담 가정통신문을 부모에게 발송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학부모가 누리과정비를 내야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최창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17일 서울·경기·인천 사립유치원연합회와 어린이집연합회가 학부모에게 누리과정비를 우선 부담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설 연휴 이전에 가정 통신문을 보내 학무모가 먼저 누리과정비를 납입하고 나중에 정부·교육청에서 지원비가 나오면 반환받으면 된다는 통신문을 보내는 방안을 협의중”이라며 다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방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통신문은 병·단설 유치원을 제외한 사립 유치원, 국·공·사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모든 가정에 발송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국·공립어린이집도 병·단설 유치원처럼 관련 예산을 100% 지원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통신문 발송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교육청, 지자체간 누리과정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유치원·어린이집 연합체가 누리과정비를 학부모 측에 부담토록 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부모가 누리과정비용을 전액 부담할 경우, 가정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누리과정 지원 대상은 서울 9만1000여 명, 인천 4만2000여 명, 경기 19만1000여 명 등 총 32만4000여 명에 달해 17개 시도 전체 (68만2000여 명)의 47.5%를 차지한다. 3개 지역의 관련 예산 역시 1조9275억 원으로 전체 예산(4조 239억원)의 47.9%다.
그러나 현재 서울·경기는 누리과정에 한 푼의 예산도 반영돼 있지 않다. 인천의 경우, 유치원은 6개월치, 어린이집은 5.8개월치가 예산에 반영돼 있으나 아직 지급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인천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재의 요구에 대한 시의회의 판단(22일 본회의)을 지켜본 뒤에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20일까지 보육료와 어린이집 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으면 인건비 지급도 어려워 집단 폐원을 우려하고 있다.
수원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누리과정비 지원 중단이 한달을 넘게 되면 전전긍긍해 봤자 부실 보육·교육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면서 고육지책으로 학부모에게 우선 부담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당혹해 하고 있다. 수원에서 2명의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박모씨(34·여)는 당장 50만 원이 넘는 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면서 정부와 교육청의 힘겨루기에 부모들 등만 터지게 생겼다”며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다른 맞벌이 학부모는 누리과정의 근본 취지는 실종되고 매년 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데 염증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최창한 회장은 누리과정 문제로 지난해 전국적으로 5000개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교사 1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도 17개 시도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을 완전하게 편성한 곳은 없다”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립 유치원에 은행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교육기관인 ‘학교로 분류돼 있어 은행대출을 받으려면 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서울 사립유치원연합회는 지난 13일 조희연 교육감과의 면담에서 일시적 단기 차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홍구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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