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히말라야 은둔의 왕국 부탄, 한국전력에 베팅한 이유는
입력 2016-01-17 15:08  | 수정 2016-01-17 19:42

변전소 수출을 담당하는 이제희 한국전력 해외사업운영처 차장은 지난해 히말라야에 있는 부탄 왕국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부탄 수도 팀푸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170km 떨어진 푼출링시까지 오갔다. 도면 등 기술자료가 부족해 직접 현장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있다면 차로 2시간 거리지만 히말라야 산악지대라 편도 7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들인 공력은 마침내 한전이 ‘지능형 변전소를 처음으로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부탄전력청(BPC)과 256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 ‘지능형 변전소 EPC 계약을 부탄 수도 팀푸에서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능형 변전소란 IT시스템을 이용해 전기를 차단하고 연결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차세대 변전소다. EPC 계약은 설계, 조달, 시공까지 일괄 공급하는 사업방식을 뜻한다. 한전은 카자흐스탄에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변전소를 수출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형 변전소와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부탄 왕국 입장에서 국가적인 모험을 건 투자다.

계약 규모가 전체 GDP의 1.3% 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력산업 발전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중대한 계약을 유럽계를 따돌리고 한전이 따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한전이 오랜기간 부탄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부탄은 산악지대에 있는 셈토카 변전소가 노후화돼 교체를 추진했다. 중량이 나가는 변압기를 해상 운송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부탄은 내륙국가라 인접한 인도의 항구를 통해 운송을 해야하는데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지선을 항구에 대기조차 쉽지 않았다. 도로도 제대로 없는 셈토카까지 이송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성실성으로 한전은 중소기업인 우선E&C 와 손잡고 국산 효성 변압기로 교체 작업을 성공리에 완료했다.
당초 이번 계약식은 16일(현지시간) 오후로 예정돼 있었다. 종교지도자가 점지한 길일로 토요일을 찍었기 때문이다. 부탄전력청은 갑자기 이번 계약의 중요성을 감안해 16일 오전 9시로 앞당겼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정기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였다고 한다. 한전은 그만큼 발주자에 공을 들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번 부탄 방문 기간 중에 다와 겔슨 부탄 내무문화부 장관과 만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개안수술 지원 의지를 밝혔다. ‘아이러브(Eye Love)프로젝트는 한전의 ‘빛 이미지를 ‘개안수술고 접목시킨 것으로 필리핀 등 해외사업 진출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번 계약은 지능형 변전소를 신흥국에 수출하는 최초 사업이며 중소기업과 해외시장 동반진출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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