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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팟캐스터] ‘매콤한 라디오’ 힙합이란 ‘문화’를 이야기하는 세 남자
입력 2016-01-16 10:44 
세상에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방송,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들도 있죠. ‘팟캐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훈 기자] 힙합 열풍이 뜨겁다. 온라인 음원차트만 봐도 10위권 안에는 심심찮게 랩이 들어간 노래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팟캐스트에는 힙합의 모든 것을 다루는 매콤한 방송이 있다.

‘매콤한 라디오는 1세대 랩퍼 아이삭 스쿼브(Issac Squab, 이하 아이삭), 1세대 DJ 스킵(Skip), 현재 언더그라운드에서 랩퍼로 활동 중인 쿠마(KUMA)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국내 유일무이 정통힙합방송을 표방하며 클럽문화, 힙합과 마약, 연예인 DJ의 허와 실, 앨범 리뷰 등 힙합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소개한다.

‘매콤한 라디오가 서브컬처라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주류문화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그런데 서브컬처가 돈이 되니까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프로그램화 되고 있죠. 그런 것들에서 ‘누군가는 바늘로라도 찔러줘야 하는 거 아닌가”하면서, 바늘 같은 심정으로 방송을 하고 있고요. ‘매콤한 라디오라는 제목처럼 매콤하게 살자는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아이삭)

딱히 정해진 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도 어떤 걸 이야기할 줄 모르거든요. 그 주 이슈 쫓기도 바쁘기도 하고, 일상생활 이야기하기도 하고. 갑자기 정해진 주제 하나를 놓고 셋이서 이야기를 하죠.”(쿠마)

‘매콤한 라디오는 팟캐스트가 아닌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인 힙합플레이아에 뿌리가 있다. 2005년 시작해 아이삭이 단독으로 진행,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매콤한 라디오 리턴즈에서는 현무가 함께했다. 그리고 한동안의 공백기 이후 스킵과 쿠마를 투입했고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청취자들 앞에 섰다.

스킵형은 먼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어요. 2009년에 스킵형도 라디오를 했었죠. ‘시원한 라디오라고. 그런데 그 라디오를 진행하던 시절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간이었대요.(웃음) 그래서 라디오를 다시 해야겠다고 찾아왔고 저는 ‘일단 방송 해 봅시다 하면서 2013년도에 게스트로 출연시켰어요. 그때는 횡설수설하시더니 나름 공부를 하시고 왔더라고요. 저희가 개편 후에 같이하자고 말씀드렸고 하겠다고 하셨죠.”(아이삭)

자연스럽게 그냥 들어왔어요. 원래는 제 기억에 의하면 이삭이형이 처음 시작할 때 ‘한 달에 한번 씩 용돈도 챙겨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그게 안 되니까 제가 볼 때는 자연스럽게 저를 고정으로 출연을 시켜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웃음) 지금에 와서는 저 자체가 둥굴둥굴한 성격이라서 재밌는 걸 하는 게 좋은데, 라디오는 할수록 재밌어지더라고요. 저 스스로 배울 것도 많고 몰랐던 것도 많아요.”(쿠마)

팟캐스트에는 ‘매콤한 라디오외에도 힙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러 방송이 있다. ‘매콤한 라디오는 이런 방송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프리카TV를 통해 청취자들과 생방송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홍보의 수단이었어요. 나라는 상품의 홍보수단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가 나갈 수 있는 매체가 없었죠. ‘쇼미더머니 아니면 못 나가는데, 심지어 나가도 통 편집 되는 경우도 많고. 일단 내음원이 나와도 홍보할 곳이 전혀 없으니까. 그리고 랩퍼들은 할 말이 많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 ‘내가 랩퍼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라디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홍보하면서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추천하는 뮤지션도 홍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상하게 사람들이 3분짜리 노래는 안 들어주는데 2시간짜리 라디오는 듣더라고요. 이게 이상한 거거든요 되게 이상해요.(웃음) ”(아이삭)

쿠마는 20대, 아이삭은 30대, DJ스킵은 40대다. 그리고 셋은 매주 힙합과 관련된 한가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대화 내용이 20대부터 40대 청취자까지 모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힙합은 페이퍼에 담을 수 없는 문화에요. 이게 라이브로 벌어지는 일이고, 힙합이라는 문화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옷 하나도 그렇고요. 저희는 힙합 음악방송이 아니라 힙합 방송이에요. 삶을 보요주고 있는 방송이라는 거죠. 이게 ‘매콤한 라디오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아이삭)

저희 같은 라디오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데는 어느 정도 구성이 있겠지만 진짜 안 그러거든요. 방송 오는 길에 ‘우리 방송 뭐 할 거예요? 묻기도 하고요. 그리고 ‘매콤한 라디오를 통해 제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하더라도 공연에서 보여주는 것은 곡 위주잖아요. 물론 랩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면 같은 거를 라디오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원하는 음악적인 색깔도 저를 숨기지 말자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걸 통해서 저를 알리고 제 음악에 알리고, 저와 제 음악을 융합시키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쿠마)

힙합의 4대 요소는 디제이(DJ), 비보이(B-boy), 랩(Rap), 그래피티(Graffiti)다. 이처럼 힙합은 음악의 한 장르인 동시에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이렇게 폭넓은 힙합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매콤한 라디오는 들을 가치 충분한 팟캐스트다.


누군가의 인생에 활력이 되는 라디오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물론 부족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한 문화 한 음악에 빠져서 살았어요. 저는 이제 힙합을 모르고 살던 삶보다 알고 살았던 세월이 길어졌거든요. 그냥 내가 겪고 주변에 있는 것만 이야기해줬는데 누군가 재밌어하고 지지하고 후원을 해주고 있어요. ‘누군가 내 말을 듣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하면서 용기를 얻었고, 이게 힙합문화나 역사를 바꾸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바늘처럼 남아서 누군가 인생에는 활력이 되는, 계속 매콤하게 남았으면 좋겠어요.”(아이삭)


* ‘매콤한 라디오

2015년 3월5일 ‘매콤한라디오 01 - 표절논란, 언프리티랩스타로 첫 방송. 2016년 1월14일 ‘매콤한라디오 48 - 다사다난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주 1회 무작위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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