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전세금 투자풀` 탁상행정 논란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말 전세로 살던 아파트를 재계약하면서 전세금 1억원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 4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A씨는 전세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월세만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반환전세금 투자풀'에 대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혜자로 지목된 임차인·서민들이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원성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실제 전·월세 시장 상황을 잘 모르고 내놓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주택업계 전문가는 15일 "업무보고 중 가장 황당한 내용이 반환전세금 투자풀 도입"이라며 "보증부월세(반전세) 계약 관행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에서 반환전세금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는 대신 월세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 전세금을 5000만~1억원 더 받는 대신 월세를 받기 때문이다.
전세에 살다가 월세나 반전세로 옮겨가면서 남는 돈이 생긴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다수 서민들은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은 서민은 36만여 명이며 취급액은 15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액 전세나 월세 세입자에게 고금리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100% 원금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은행 예금은 원리금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는다. 전세금 투자풀은 수익형 투자상품인 펀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처럼 법령에 의해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손실 발생에 대비해 투자풀 규모 중 5%까지는 운용자 시딩투자(초기자금)를 통해 손실 준비금 성격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줄이고 월세를 많이 받는다. 앞으로 추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펀드는 30~40년 장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자금 모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