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중국 증시와 사상 최저 수준의 국제 유가에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이 각각 주요 기초자산으로 삼은 중국 증시와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지난해에만 46조3364억원어치 발행되면서 전년보다 13%가량 늘었다. 전체 ELS 발행 규모(76조9499억원)의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순 중국 증시 급락을 한 차례 겪고 금융당국이 H지수 ELS 발행 규제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쏠림 현상이 여전한 셈이다.
지난해 4월 1만4000을 돌파한 H지수는 작년 말 9661.03으로 마친 뒤 현재 8300선까지 주저앉으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 일부는 원금 손실 구간(녹인·Knock In)에 진입했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H지수는 전일 대비 139.30포인트(1.65%) 내린 8320.33으로 오전장을 마쳤다.
녹인에 진입하더라도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ELS 만기 시점인 3년 후에도 일정 가격 이상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기초자산의 하락폭 만큼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H지수 기초 ELS(공모형·원금비보장형) 중 녹인 아래로 떨어진 상품은 모두 144개로 집계됐다. 발행 금액 기준 이들 상품의 규모는 1509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H지수가 7000선 까지 떨어지면 본격적인 녹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H지수 ELS의 녹인이 발생한 물량은 지수 1만4000선 이상에서 모집해 발행된 일부 규모”라면서 녹인 물량이 집중된 지수대는 6000~6500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H지수가 8000~8500일 경우 원금손실 구간에 추가로 진입하는 ELS 규모는 6780억원, 7500~8000의 경우 1조6852억원, 7000~7500의 경우 2조2775억원, 6500~7000의 경우 3조6268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H지수가 7000선 아래로 밀릴 경우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 등 실물자산을 주요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상황도 심각하다.
국내 원유 DLS가 주로 기초자산으로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30달러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배럴당 31.20달러로 마감했으나 장 중 한때 29.73달러까지 빠져 30달러가 붕괴하기도 했다. 200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두바이유 가격도 1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경신해 배럴당 26.04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2003년 11월 4일 배럴당 26.03달러로 거래된 이후 최저다.
3년 전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가 3분의 1 이하인 30달러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2014년 말 이전에 발행된 국내 원유 DLS는 하나도 빠짐없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최근 만기를 맞는 상품도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실제 2013년 1월7일 73억5000만원 어치가 발행된 ‘미래에셋증권 DLS 500은 지난 6일 만기일에 30억560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이달에만 해도 32개의 원유 DLS 만기가 다가오지만 원금 보장형 상품 5개를 제외한 27개는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원유 DLS의 투자 손실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국제 유가가 10달러선 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영국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배럴당 16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의 바닥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국제 유가의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베이지북을 통해 저유가의 부정적 영향을 시사한 만큼 곧 시장은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유가를 방어하고 싶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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