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민간 금융협회장 등장에 감독입김 커지나
입력 2016-01-13 17:33  | 수정 2016-01-13 20:01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 양대 협회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대해 부실 경영을 이유로 징계했다. 업계에서는 민간 출신 협회장이 잇따라 들어서자 '금융당국의 협회 손보기'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협회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대해 경영유의 15건, 개선 9건, 손해보험협회에 대해서는 경영유의 16건, 개선 9건의 제재 조치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영유의는 향후 6개월 내 감독당국에 개선 내용을 보고만 하면 되는 경징계에 해당하지만 금융당국이 협회 경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한 것은 전례 없는 조치다.
금감원은 생보협회가 2013년과 2014년 연간 11~18명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장기 해외여행으로 편성해 연간 7000만~9000만원의 경비를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정보관리위원회 등 협회 업무위원회 정례회의를 휴일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보협회에 대해서도 직원별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3~2014년 기간 중 매년 98.5% 이상 직원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연평균 9억71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며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지적한 느낌"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협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보험 관련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일부가 불만을 가졌다는 관측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보험협회들이 규제 완화를 추진한 금융위 편에 선 것처럼 보여 강하게 검사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금융위가 보험상품의 사전인가제도를 폐지하면서 관련 팀이 축소·폐지되는 등 보험업계 내에서 위상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검사 중 하나이며 시장에서 돌고 있는 금융위와의 불화설 때문에 보험업계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등 다른 금융 유관기관들의 검사 항목을 미리 살펴보고 그에 준하는 검사를 했고 징계 또한 계도 차원에서 경징계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설계사 등록, 광고 심사, 소형 대리점 검사 등 보험협회들에 이관된 업무가 많아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검사 대상 범위가 많아진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회원사인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 역시 그동안 협회의 방만한 경영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아직 예전의 공공조직 관습이 남아 있다"며 "보험사 무한경쟁 시대에 협회도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모 보험회사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방만한 줄몰랐다"며 "향후 예산 편성 시 좀 더 꼼꼼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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