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경제에 호재?’ 저유가, 반갑지만은 않네
입력 2016-01-13 08:00  | 수정 2016-01-13 08:57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내려앉으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유가는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만 받아들여졌다.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개인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과잉 공급 기조 속에 세계 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심화하고 있는 유가 하락세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된 2014년 말~지난해 초만 해도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유가가 내리면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으로 물건값이 떨어지고 유류 값이 하락하면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커진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초 공동으로 발표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이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20~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려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유가가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우리나라도 수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우리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신흥국이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이들 나라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중동 등지의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이는 곧바로 조선, 건설, 플랜트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 수출 분야에서 수주 감소로 이어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작년도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95억6000만 달러) 대비 31.3% 급감했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2600만 달러로 무려 52%나 줄었다.
이는 2006년 이후 중동지역 수주 금액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시추업체들의 발주 및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해운업계는 일감이 줄어 선박 발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 기조는 일부 부문에선 수출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산업 강국이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36.6%, 21.4%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7.9% 줄었다.
지난해 수출 부진은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은 가장 큰 요인이 됐다.
또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속속 국제유가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올 상반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으로 떨어지고 하반기에나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원유와 경합하는 셰일가스 생산 기술의 발달로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생산량이 근래 늘고 있어 저유가 국면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흐름이 보이지 않아 이같은 예측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원유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글로벌 산업 구조가 변모하고 있다는 점 역시 유가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 생산 비용을 제품 경쟁력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
또 저유가를 버스요금, 난방유 가격, 아파트 관리비 등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물가 하락으로 연결시키면 수요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큰 틀에서 보면 유가 하락은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유가 효과를 소비와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며 저유가 효과가 예전보다 감소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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