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킷브레이커 잠정 중단' 中 경제 악순환…정책 혼선 극심
입력 2016-01-08 11:15 
서킷브레이커 잠정 중단/사진=MBN
'서킷브레이커 잠정 중단' 中 경제 악순환…정책 혼선 극심

중국 경제가 경기둔화 조짐에 이어 위안화 절하 압력에 외환보유고까지 떨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연초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주도면밀한 면모를 보여야 할 중국 정부는 어설픈 대책에 이어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 나흘만에 중단키로 하는 등 정책 난맥상을 보여주며 더욱 큰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증시폭락의 고리가 된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 움직임은 결국 외환보유액의 급감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작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은 3조3천300억달러를 기록해 한 달간 1천79억달러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달 기준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치입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작년 한해 5천126억6천만 달러 줄어들었는데 이는 중국 외환보유액 사상 첫 감소세입니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작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중국에서 외국 투자자본이 대거 유출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자금 유출에 따른 위안화 절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젠광(沈建光)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위안화가 약해질수록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있다"며 "외환보유액의 급감은 위안화에 대한 시장 신뢰성에 또한차례 타격을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소화된 상태지만 외국자본은 지속적으로 달러화 강세의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어 중국 유동성시장에 긴축현상이 출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부진한 경기지표는 중국 성장둔화 우려에 근거를 제공하며 투자심리는 냉각됐습니다. 오는 19일 발표될 예정인 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여기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큽니다.

새해 벽두부터 서킷 브레이커 발동과 함께 증시 폭락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대응에 나섰으나 연이은 뒷북 행정과 일관성 없는 정책 시행으로 시장 관리 능력까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주가 폭락이 작년 여름 증시 폭락과 이에 이어진 중국 당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 결정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장 전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당국자 발언을 통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누르는 중국 정부의 시장 안정조치들이 '주가 폭락 후 시장 구제'라는 지난해 여름의 행보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약세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시장 불안을 막지 못한채 상하이증시는 7% 이상 폭락했고,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장중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세계 2위의 경제체로 커진 만큼 중국 정부의 정책 결정은 다른 국가로도 파급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도 구태의연한 시장개입 정책은 중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습니다.

시장 불안의 한 요인이었던 대주주 지분매각 문제와 관련한 대책에서도 주도면밀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지난 4일 폭락장 다음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대주주 지분 매각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분 매각 해제 연장을 기대했던 시장에 오히려 불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당국이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날 주가가 재차 폭락해 주식거래가 완전히 중단되자 증감회는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3개월 내 매각 지분이 1%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도입 사흘만에 중단된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중국 당국의 정책혼선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중국의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발동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해 되레 투매세를 자극하며 시장 폭락을 가져온 주된 요인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증감회는 서킷 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다음날 "서킷 브레이커가 일정 부분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강변하다 7일 폭락장과 함께 서킷 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되자 결국 서킷브레이커 잠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시장에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연합조보는 "세계 경제의 일체화와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하이와 선전 두 증시의 폭락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주도면밀하지 못한 시행, 대주주 지분매각 문제의 불투명성 등 내부적 요인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현재 성장 둔화와 함께 산업개편을 진행하며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있습니다. 작년말부터 나타난 수도권 스모그 사태도 중국의 산업경제의 모순과 관련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중국 정부가 이런 거대 도전에 아직 맞설만한 역량이 돼있지 않다는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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