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하물 대란 또 다른 원인 ‘수화물 독식하려다 소탐대실’
입력 2016-01-07 17:12 

단순히 인천공항 화물 처리 용량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급증하는 화물 처리 용량을 여러 군데로 분산할 수 있도록 도심공항터미널을 추가로 늘리고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지난 3일 항공기 160편의 운항지연사태를 초래한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대란은 시스템 과부하와 미숙한 대응이 결합된 인재로 결론이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장기간 방치돼온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인 만큼, 향후 재발을 위해 시급히 수하물 분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하물 대란이 발생한 인천공항을 긴급점검한 결과 공항수하물처리시스템(BHS) 자체에서는 오류나 고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대신 비규격화물이 순간적으로 다량 유입됐지만 공항 측이 신속히 비상 대응에 나서지 못한 점이 1차적인 패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멀리서 보면 이번 사태는 10여년 전부터 예고된 인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메랑이 돼 돌아온 도심공항터미널 문제가 단적인 사례다. 당초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포화상태였던 김포공항의 수하물 분산을 위해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도심공항 터미널 이용객의 공항이용료를 50% 할인해줬다. 그러나 2001년 문을 연 인천공항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공항이용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인천공항 개항으로 처리용량이 늘어났으니 할인정책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서울 삼성동과 서울역을 제외한 김포공항과 센트럴시티 도심공항은 이용객이 줄면서 문을 닫았다. 남은 도심공항들도 잇달은 국적 항공사들의 이탈과 기반시설 축소로 인해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불과 10여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고, 인천공항 스스로가 수하물 집중을 자초한 셈이다. 더욱이 2008년 교통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이 오는 2015년이 되면 연간 공항이용객수가 445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를 내놨지만, 인천공항과 국토부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김제철 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당장 인천공항의 처리용량을 늘릴 수는 없는 만큼 다시금 도심공항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공항이용료 할인 등 이용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용객들이 찾는 도심공항으로 만들기 위해 국토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통해 도심공항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현재 논의 중인 광명역과 부산을 비롯한 주요 요충지에 중·소규모 도심공항을 늘려 수하물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요국과의 시차를 따져 일부 골든타임에만 집중적으로 몰린 항공기 이·착륙도 인천공항 혼잡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인천공항 민항기 운항시간대는 공역위원회의 통제를 받아 시간당 63회로 묶여있다. 국토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정부위원회이지만 실제적으로 공군의 입장이 우선 반영되다보니 민항기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인천공항의 ‘하늘 시간대가 좁아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소 시간당 80회의 운항회수는 확보해야 항공기 이·착륙 정체를 풀고, 수하물 분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인천공항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국토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군과 협의해 전향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규격화물로 인한 처리 지연도 사전에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비규격화물 문제가 최근 등장한 문제는 아닌만큼, 여행사와 협조해 단체여행객을 계도하거나 수하물 체크인 단계에서 태그를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해외 사례를 참조해 보다 엄격한 수하물 규정을 수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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