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조선업체인 한진중공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7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경기부진등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해결로 경영정상화 추진 차원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중공업의 금융권 채무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약 1조 6000억원으로 산업은행(5000억원)과 하나은행(2100억원) 등 1금융권 채무(1조4000억원)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2000억원가량은 건설공제조합 등 2금융권의 채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와 부산 영도조선소, 아파트 브랜드 ‘해모로 등을 운영하는 조선·건설업체로서 최근 수년동안 영업손실 누적으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산업은행은 8일까지 채권단에 한진중공업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묻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안건을 부의하고 늦어도 15일까지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진중공업의 자구계획을 토대로 만기 도래채권 연장 등에 채권단이 합의할지가 관건이지만 한진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이라는 점에서 자율협약 개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율협약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보다 강도가 낮은 구조조정 수단으로, 주요 채권은행 중심으로 대출 상환 유예, 추가 자금 지원 등 조치가 이뤄진다.
한진중공업은 7일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공제조합 채무 600억원에 대한 만기연장으로 급한 불을 끈 후 8일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었다. 건설공제조합 처럼 2금융권 채무는 1금융권 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율협약을 통해 만기연장이나 채무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일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같은 날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율협약 신청 소식에도 건설공제조합은 이날 한진중공업의 만기 채무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로써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개시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보고 있다.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한진중공업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3775원) 대비 22.25%(840원) 떨어진 2935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자율협약 신청 공시에 따라 같은 날 오전 9시 53분부터 10시 23분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진중공업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산매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제까지 나름대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초래된 것”이라며 남아있는 보유자산 중에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까지 70만㎡에 달하는 인천 북항 부지를 매각했다. 한진중공업 측은 남아있는 160만㎡ 의 북항부지도 매각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건물과 부속토지, 운영권 까지 매각할 방침이다. 인천 북항부지와 동서울터미널 관련 자산들의 시가는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중공업은 2~3년 전부터 1조 9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회사채 부채가 없고 필리핀 수빅조선소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것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이 분야에 손대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산 매각이 쉽지 않겠지만 한진중공업이 희망하는 가격대에서 매각이 이뤄지면 이자부담을 하면서 영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