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큰소리 쳤지만 주총서 사실상 ‘거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100조원을 굴리고 있는 ‘큰 손 국민연금이 기업 주주총회에서는 유명무실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주총 반대의견 제시는 상정안 10건 중 1건꼴에 불과했고 부결된 사례도 거의 없었다.
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주식보유 기업들의 주총에 참석해 총 2768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282건(10.2%)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2479건(89.6%)에 찬성했다.
반대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사 및 감사 선임(189건, 67%)이 가장 많았고, 정관 변경 반대(52건, 18.4%), 보수 한도 승인 반대(7건, 2.5%), 기타(34건, 12.1%)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로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국민연금은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도 반대했지만, 합병을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효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