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박 모씨(68)는 올해 경기 여주시에 보유한 임야 1만㎡를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부친에게 물려받아 이미 30년 이상 보유한 토지지만 올해 땅을 팔면 양도차익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 발표대로라면 장기보유특별공제 30%를 받아 절세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소득세법 개정 탓에 공제는커녕 10%에 달하는 양도세만 더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했다.
지난해 정부 주장과 달리 국회에서 막판에 바뀐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과세안을 놓고 "정부만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울분을 토하는 토지주가 적잖다. 정부 정책에 맞춰 양도 시기를 올해 이후로 늦췄다가 결국 과도한 세금만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비공개 논의로 바뀐 법 탓에 결국 빈 땅을 도시개발 등 원래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정부 계획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사업용 토지는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며 경작하지 않는 농지나 임야, 재산세 종합합산 과세 대상 토지로 건축물이 없는 나대지, 이른바 빈 땅을 말한다.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2007년 정부는 토지 거래 시 양도차익에 대해 무려 60%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양도세율을 사업용 토지와 같은 6~38%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는 올해 1월 1일부로 10%포인트 중과세율을 매기는 대신 보유 기간에 따라 최저 10%부터 최고 3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신설하는 세법개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 등 자연 상승분을 반영하는 동시에 비사업용 토지 매각을 촉진해 경제 활동에 활용되지 않는 '노는 땅'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추가 과세도 폐지하는 게 마땅하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해주기로 해 합리적인 안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초 의도와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광림·류성걸 의원 등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도입하면 토지주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며 정부안에 반대했다.
류 의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해주면 우리가 투기를 인정해주게 된다"며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허용하면 (비사업용 토지를)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져 투기 억제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개인이 비사업용 토지를 갖고 있을 때 빨리 처분할 수 있도록 유인을 주는 것"이라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날 조세소위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소위 위원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의 '비공개 합의' 끝에 바뀐 소득세법은 지금 모습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관계자는 "조세소위원들은 이후 다른 장소에서 다시 모여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산일을 2016년 1월 1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세소위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비공식 간담회'로 법안을 처리한 탓에 지난해 정부 발표만 믿었던 토지주들은 세 부담을 늘린 법이 국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통과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소위에서 합의되지 않는 부분은 간담회 형식으로 조율하는 사례가 많다"며 "간담회는 정식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속기록이 따로 없어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득세법 비공개 개정 탓에 최소 2019년까지 비사업용 토지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은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 기존 보유 기간을 인정받지 못해 양도세 10%를 더 내야 한다. 비사업용 토지는 2019년 1월 2일 이후에 매각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토지주로서는 올해부터 늘어난 10% 중과세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땅을 최소 3년간 묵혀놓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당근'을 내밀어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비사업용 토지를 사업용으로 바꾸려고 한 정부 의도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박 부센터장은 "비사업용 토지 보유 기간을 2016년부터 인정하기로 한 것은 장기보유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라며 "높아진 조세장벽으로 토지시장이 얼어붙을 공산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초 정부 발표대로라면 장기보유특별공제 30%를 받아 절세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소득세법 개정 탓에 공제는커녕 10%에 달하는 양도세만 더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했다.
지난해 정부 주장과 달리 국회에서 막판에 바뀐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과세안을 놓고 "정부만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울분을 토하는 토지주가 적잖다. 정부 정책에 맞춰 양도 시기를 올해 이후로 늦췄다가 결국 과도한 세금만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비공개 논의로 바뀐 법 탓에 결국 빈 땅을 도시개발 등 원래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정부 계획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사업용 토지는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며 경작하지 않는 농지나 임야, 재산세 종합합산 과세 대상 토지로 건축물이 없는 나대지, 이른바 빈 땅을 말한다.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2007년 정부는 토지 거래 시 양도차익에 대해 무려 60%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양도세율을 사업용 토지와 같은 6~38%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는 올해 1월 1일부로 10%포인트 중과세율을 매기는 대신 보유 기간에 따라 최저 10%부터 최고 3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신설하는 세법개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 등 자연 상승분을 반영하는 동시에 비사업용 토지 매각을 촉진해 경제 활동에 활용되지 않는 '노는 땅'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추가 과세도 폐지하는 게 마땅하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해주기로 해 합리적인 안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초 의도와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광림·류성걸 의원 등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도입하면 토지주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며 정부안에 반대했다.
류 의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해주면 우리가 투기를 인정해주게 된다"며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허용하면 (비사업용 토지를) 계속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져 투기 억제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개인이 비사업용 토지를 갖고 있을 때 빨리 처분할 수 있도록 유인을 주는 것"이라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날 조세소위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소위 위원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의 '비공개 합의' 끝에 바뀐 소득세법은 지금 모습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관계자는 "조세소위원들은 이후 다른 장소에서 다시 모여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산일을 2016년 1월 1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세소위가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비공식 간담회'로 법안을 처리한 탓에 지난해 정부 발표만 믿었던 토지주들은 세 부담을 늘린 법이 국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통과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소위에서 합의되지 않는 부분은 간담회 형식으로 조율하는 사례가 많다"며 "간담회는 정식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속기록이 따로 없어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득세법 비공개 개정 탓에 최소 2019년까지 비사업용 토지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절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은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 기존 보유 기간을 인정받지 못해 양도세 10%를 더 내야 한다. 비사업용 토지는 2019년 1월 2일 이후에 매각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토지주로서는 올해부터 늘어난 10% 중과세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땅을 최소 3년간 묵혀놓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당근'을 내밀어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비사업용 토지를 사업용으로 바꾸려고 한 정부 의도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박 부센터장은 "비사업용 토지 보유 기간을 2016년부터 인정하기로 한 것은 장기보유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라며 "높아진 조세장벽으로 토지시장이 얼어붙을 공산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