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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특집…미디어와 결혼②] “현실적 영향 없어” vs “판타지 조장”
입력 2016-01-05 14:39 
[MBN스타 최윤나 기자]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2.4세, 여자는 29.8세로 나타났다. 남녀 통틀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정도를 결혼 적령기로 생각하고 있다는 셈이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적시한 결혼 적령기 남녀는 미디어를 통한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최근 평균 나이 27.4 세의 남녀 9명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각각 다른 직업군과 나이를 가진 이들에게 미디어가 자신의 결혼관에 끼친 영향 등 전반적인 생각을 물었다.

◇ 집, 예비 신랑이 마련해야할 ‘필수 품목입니까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9명에게 공통적으로 결혼을 앞둔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된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여주었다. ‘결혼할 때 남자는 집을, 여자는 혼수를 해 와야 한다는 관례를 뒤집었을 때, 예비 신혼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를 담은 몰래카메라였다. 이 영상을 보고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또 미디어는 정말 결혼관에 영향을 미치는 지 물었다. 여성과 남성의 생각이 달랐다.

안 모 씨 (女·26) 영상 속에서 두 커플 정도만 봤지만 비난받기 좋은 상황을 선택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결혼하기 위해 집을 해오라고 요구하는데, 극단적 상황이라 여성을 비난하기 딱 좋은 프레임이다. 하지만 이 영상의 전제이기도 한 혼수와 집을 해오는 것에 대해 왜 남녀평등을 들먹이는지 모르겠더라. 가사분담 등은 남녀평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 모 씨 (男·27) 그렇다. 여자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없잖아 있다. 방송의 속성 자체가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영상이 시대의 변화를 잘 보여준 거라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의 세대에는 아버지들이 돈을 벌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혼수를 해오는 게 맞았겠지만, 지금은 여자도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와 남자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다. 다시 혼수문제에 대해서 새로 거론될 필요가 있다.”

강 모 씨 (男·27) 부모세대는 이 영상이 보여주는 걸 믿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 쪽을 욕하면서도 아들 가진 부모라면 집을 해가서 뭔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 TV, 결혼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나

결혼을 다룬 프로그램 중,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육아 예능프로그램이다. 결혼 후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 지 그 예를 그리고 있는 것인데, 이런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이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김 모 씨(男·31) 우리나라가 저 출산 사회 혹은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 TV에선 육아, 결혼 가정생활과 관련된 예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끔씩 이런 것들이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만든 건지,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저 출산 상황을 극복하려는 암시를 주기 위한 건지 모르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예능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들이 미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육아가 중노동에 속하는데, 그런 단편적인 부분들을 보여주면서 애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 모 씨(女·26) 얼마 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엄태웅 딸 지온이의 훈육과정을 보면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가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보기엔 그게 육아의 현실인데, 아이들의 이미지가 너무 순하게 비춰진다. 장모와 트러블이 있더라도 훈훈한 드라마 같은 게 있다. 너무 그들이 사는 세상 중심으로 판타지를 그린 것 같다”

강 모 씨 (男·27) 가끔 TV를 보면 현실이 대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게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어도 내 주위 현실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너무 재미만을 위해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를 그린 것 같다.”

◇ 스몰웨딩 열풍, 당신도 동참하고 싶나요?

최근 연예인들의 결혼식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몰 웨딩. 언론에서는 마치 이것이 허례허식 가득한 현재 결혼식 문제의 대안이라도 되는 듯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상 스몰 웨딩을 치르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유 모 씨(男·28) 분명히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것이 영향을 끼친다. 연예인들도 스몰 웨딩을 하고, 하다못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스몰 웨딩이 정말 소신 있는 신혼부부들이 하는 것처럼 비추지 않으냐. 하지만 스몰 웨딩은 돈이 조금 덜 들 뿐이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당장 돈 벌기 바쁜 신혼부부들이 어떻게 지방까지 가서 웨딩사진을 찍으며, 부케까지 하나하나 준비 하겠냐. 결국 시간도 돈이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스몰 웨딩을 한다고 하지만, 거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원빈과 이나영도 정선 밀밭을 빌려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 버스 대절이며 장소 물색에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을 썼는지는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미디어에서는 스몰 웨딩이 엄청난 대세인 것처럼 말 하지만, 알고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는 더 큰 박탈감을 줄 수 있다”

강 모 씨(男·27) 연예인들의 결혼식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연예인들의 결혼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싫다. 왜 그렇게 굳이 남이 결혼식을 올리는 거에 관심을 갖는 건지 모르겠다. 크게 하거나 작게 해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어디에 영향 받고 유행에 따라가는 건 싫다. 남의 시선을 많이들 신경 쓰는데, 그걸 미디어가 부추기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심리가 뉴스 하나로 좌지우지 되지 않으냐.”

한 모 씨 (男·28) 스몰웨딩이 대세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난 결혼이 이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친구는 결혼을 ‘사업이라고 하더라. 같은 세대라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미디어의 영향이 청춘들의 결혼관에 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 것 같다.”

각기 의견은 달랐지만 한 가지 입을 모은 건 미디어 속 결혼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점이었다. 미디어가 그들만의 세상을 다루는 것에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고 대답한 것에 대해 재미와 흥미만 좇는 미디어 종사자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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