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국증시 분위기 좌우 ‘대형주 실적 눈높이’ 매일 낮아지네
입력 2016-01-04 16:26 

작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장 분위기를 좌우해온 주요 대형주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의 이익추정치 하향조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실적둔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중국 증시 폭락 등 대외 악재에 실적 기대감까지 악화되면서, 대형주들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주들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만5000원(4.37%) 하락한 12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차(-3.36%) 기아차(-3.42%) 현대모비스(-3.45%) 등 현대차그룹 3사 주가도 3% 넘게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둔화 전망에 SK하이닉스 주가도 1.9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주가 하락이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밖 부진을 보이고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긴장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된 탓이 크지만 근본 원인은 실적 부진에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예상보다 부진한 부품사업이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은 PC용 D램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모바일 D램 수요 역시 부진한 것이 부담이다. 여기에 가격도 대폭 하락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전분기 대비 15% 이상 급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3조7000억원에 한참 미달하는 3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3조원에 미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업황이 좋지 않다. 연말 재고조정 영향으로 OLED와 LCD 가동률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고, 가격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TV용 패널 가격이 지난해 12월에만 6~9% 하락했다”며 올 1분기는 TV와 IT시장이 비수기인데다 모바일과 태블렛 PC용은 매출이 크게 줄기 때문에 실적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 때문에 최근 증권사들 실적 기대치는 급격히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7조2100억원(하나금융투자)에 달했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6조1980억원(대신증권)까지 낮아진 상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6조6780억원이다.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어닝쇼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분 실적 악화는 여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하향 조정된 116개 종목들 중 전자·디스플레이·반도체 업종이 16개(비중 13.7%)를 차지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971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14.2%나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감소폭도 5조4460억원에서 4조2089억원으로 22.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LG디스플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의 주가 하락은 이날 발표한 올해 판매 목표치가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이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올해 판매 목표치를 현대차 501만대, 기아차 312만대 등 총 813만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목표치였던 820만대보다 하향 조정한 수치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증설효과를 감안하면 850만대는 힘들다고 해도 최소한 820만대는 뛰어넘는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정이 흔들리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장주들의 작년 4분기와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요기업 발 어닝쇼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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