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시락 주문 줄였더니 '환자가 죽어서…' 괴담 퍼져"
입력 2016-01-04 15:30 
"의료진 일부가 도시락에 물려서 주문량을 줄인 것인데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지레짐작, 괴소문이 퍼져 소송전까지 벌여야 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음압 병실에서 환자 5명을 치료한 경기도 고양시 소재 서남대 의대 명지병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던 병원 구내식당 조리원들이 주문량이 갑자기 줄자 치료받던 메르스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 빌미가 돼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급속히 퍼지며 겪어야 했던 일화를 소개한 것입니다.

명지병원은 지난 1일 인터넷(https://mers.mjh.or.kr)을 통해 메르스 발생 전부터 초기 혼란 상황, 치료와 극복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정리한 백서 '메르스 400일의 성찰'을 공개했습니다.

백서는 대응 단계에 따라 '대면' '준비' '훈련' '혼란' '전쟁과 평화' '회복' '그 후' 등 7개 코너로 정리됐습니다.


지난해 5월 29일 첫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의 두려움부터, 1년 전 감염병 대처를 위해 신속대응팀을 만들었던 이야기, 불안감이 증폭돼 괴소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 마지막 메르스 환자 퇴원 때 돌보던 간호팀장이 고열증세를 보여 다시 긴장해야했던 순간 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지 말라거나 조퇴를 강요받는 등 가족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 환자 치료에 바쁜 시기에 정부 등 외부기관의 줄이은 자료 요청으로 힘들었던 사연도 함께 실었습니다.

각 코너에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사진, 회의록, 매뉴얼, 일지 등을 첨부했습니다. 환자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각 분야 직원들의 인터뷰도 소개했습니다.

명지병원은 메르스 등 감염병 발병에 대비해 대응팀을 조직한 시점부터 확진환자 5명이 퇴원할 때까지 400일간의 기록을 숨김없이 공개해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을 꾀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백서를 만들었습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메르스 백서의 기록들은 두 달간 우리나라 거의 모든 의료현장에 대한 지상 중계와 다름없다"며 "민 낯을 드러낸 우리 의료시스템 전반이 변화와 개혁을 통해 미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차원에서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명지병원은 지난해 5월 29일부터 6월 23일까지 메르스 확진자 5명을 치료했으며 사망자나 원내 감염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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