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판교 오피스빌딩, 강남 넘어섰다
입력 2016-01-03 17:31 
오는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주하는 판교 알파돔시티. [사진 제공〓삼성물산]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창조경제밸리 조성으로 최근 주목받는 경기 판교 오피스 시세가 서울 강남권역을 추월했다. 일부 사례긴 하지만 괄목할 만큼 높아진 판교 위상과 최근 기업들의 '엑소더스' 탓에 고전 중인 강남 오피스 시장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분당선 판교역을 낀 판교 중심상업지구 대형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6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렌트프리(1년 중 몇 달치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를 감안할 때 최저 4만원대까지 떨어진 강남역 일대 일부 빌딩을 넘어선 가격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새로 둥지를 틀 예정인 분당구 백현동 판교 알파돔시티가 대표 격이다. 전용면적 2만2477㎡인 알파돔시티 C2-3블록 빌딩은 현재 3.3㎡당 임대료 6만8000원, 바로 옆 1만6336㎡ 규모 C2-2BL 동은 6만원에 나와 있다. 두 빌딩 지상 3~13층에는 3월 삼성물산 기존 건설부문과 최근 조직개편으로 자리를 옮긴 리조트·건설부문 인력을 합쳐 총 3100여 명이 입주할 계획이다.
오피스빌딩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물산이 이전을 앞두고 임차 협상 중인데 1~2개월가량 렌트프리 조건 등을 포함해 3.3㎡당 5만원 선에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규모나 위상 면에서 삼성물산급 '우량' 임차인이 만약 지금 서울 강남권에서 새 오피스를 찾았다면 3만~4만원대까지 임차료를 낮출 수 있지만, 판교 알파돔시티는 신축 건물이라는 이점과 판교역 바로 옆이라는 지리적 우위 덕에 그만큼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딸려 있는 오피스 빌딩도 현재 3.3㎡당 6만원 선에 임차 기업을 찾고 있다. 이 같은 판교역 일대 대형 오피스 임차료는 최근 거래가 이뤄진 강남권역 시세를 능가한다. 지난해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 A빌딩은 한 국내 IT기업을 임차인으로 들이면서 3.3㎡당 4만5000원에 계약서를 썼다. 당초 내세운 명목임대료(건물 매매 때 활용하는 가격)는 7만원이었지만 대대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겨우 임차 계약을 한 것이다.
'반 년간 렌트프리'를 내건 선릉역 일대 B빌딩 역시 렌트프리를 감안할 때 기존 임대료의 절반인 4만500원에 금융사 한 곳을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지난해 강남권역에서 이뤄진 오피스 임차 거래 상당수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 무상임대 서비스를 제공해 실질 임대료가 4만원대로 떨어진 곳이 적잖다.
오피스 시장에서 판교역 중심상업지구가 차지하는 위상은 독특하다. NHN,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 IT기업과 한화테크윈 등 방산업체까지 870여 개 기업이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와 가까우면서도 생명공학, 나노기술, 문화콘텐츠 등만 입주할 수 있는 테크노밸리와 달리 업종 제한이 전혀 없다. 더욱이 판교역과 바로 붙어 있어 입지 경쟁 면에서는 판교 일대 오피스 상권 중 가장 뛰어나다.
남효준 교보리얼코 LM팀 과장은 "테크노밸리로 옮긴 기업들과 거래하는 회사가 많은데 이들은 업종 제한 때문에 함께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고객사와의 거리, 교통 편의성 등을 감안해 중심상업지구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분당에도 그간 신규 오피스 공급이 뚝 끊긴 데다 테크노밸리 활성화에 맞춰 기업 수요는 더욱 늘다 보니 현재 이 지역에서는 근린생활시설에 딸린 소형 오피스도 공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불과 2년 전 이 일대 오피스들은 3.3㎡당 평균 3만원대에 임차 계약서를 썼지만 지금은 4만~5만원대를 줘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강남으로 돌아오는 기업도 나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말이다. 렌트프리를 끼면 판교 임대료로 강남 역세권 빌딩에 입주할 수 있다 보니 과거 판교로 옮겼던 일부 중소·중견기업의 '역(逆)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판교역 일대 오피스 인기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오는 6월 광주, 여주, 이천 등 경기 동부권과 판교를 잇는 성남~여주 복선전철이 개통되고 지하철 8호선 연장과 GTX 개통도 추진되고 있어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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