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올빼미 공시 어김없이

투자자들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연말을 틈타 주가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하는 일부 상장사들의 꼼수가 또다시 기승을 부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증시 폐장 이후 적지 않은 기업이 최대주주 지분 매도, 지분 매각 지연, 벌금 부과 등 악재성 공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30일 장 마감 이후 LNG캐나다 지분 매각 추진 일정이 가스가격 하락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지난해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원자재 가격 약세 등 불안한 대외 환경과 맞물리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STX중공업은 2008~2013년 세무조사 결과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274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STX중공업은 2월 28일까지 자기자본의 17.98%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LCD패널업체 피엘에이도 이날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대전사업장 전체 생산라인이 중단됐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피혁제조업체 신우는 이날 오후 6시가 넘어 최대주주가 선포커스에서 위드윈네트웍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선포커스가 주식 1423만주를 장외에서 매도하고, 위드윈네트웍이 910만주를 취득하면서 대주주가 바뀐 것이다. 특히 이 업체는 이번 올빼미 공시 이외에도 불성실공시 단골손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올빼미 공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재현됐다. 지난달 24일에는 코스닥 상장사 아큐픽스가 성탄절 휴장 전일 공시 가능 시한(오후 6시) 직전, 14억원 규모의 멀티미디어·플랫폼 사업 부문 영업정지 공시를 냈다. 영업정지 금액은 최근 매출액 대비 23.41% 규모다.
같은 날 오후 플렉스컴도 150억원 규모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이 해지됐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플렉스컴은 지난해 10월 20일에도 주식양수도 계약 해제 사안을 늦게 공시하고, 전환사채 발행 결정을 취소(공시불이행·번복)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장 마감 이후 악재성 공시가 몰리더라도 금융당국이 나서서 제재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셈이다.
[김태준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